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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김찬수의 ‘알타이 식물 탐사기’
42종 한라산 특산식물 혈연을 찾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9.11. 00:00:00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라산 은분취, 한라산 구름미나리아재비, 알타이미나리아재비, 몽골 쓴분취,

아시아 식물 종 분화 중심지
알타이 현지 유연관계 관찰

빙하기 확장 뒤 적응해 진화

망망대해 솟아오른 화산섬 한라산에 어떻게 오늘날의 식물상이 만들어졌을까.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으로 공직을 마쳤고 30년 넘게 식물과 살아온 김찬수 박사(사단법인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이사장)는 오래도록 이런 궁금증을 가졌다. 그가 한라산 식물의 고향이 과연 어디인지를 탐색한 끝에 다다른 곳은 머나먼 알타이다. '알타이에서 만난 한라산 식물'이란 부제를 단 '알타이 식물 탐사기'는 그 여정을 담고 있다.

김찬수 박사는 2009년 헨티 초원을 시작으로 20회에 걸쳐 몽골 전역의 식물 탐사를 벌였다. 몽골 알타이 식물을 연구하며 점차 한라산 식물의 기원을 밝히는 일에 빠져들었고 울란바토르 서쪽 고비알타이 지방의 알타이시를 지나 알타이산맥 동쪽 호브드 지방의 알락 할르한산, 호브드시, 웁스 지방의 하르히라산까지 발걸음이 닿았다.

이 탐사를 통해 한라산 정상 일대 46과 146종의 주극 고산식물이 알타이와 중앙아시아에도 적지 않게 분포한다는 걸 확인했다. 특히 한라산 정상 일대에만 자생하는 42종의 특산식물(고유종)과 유연관계에 있는 종들을 알타이에서 관찰했다. 알타이는 '아시아 식물 종 분화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저자는 이번 탐사에서 국명이 없는 알타이식물에 그 생김새와 유래에서 따온 우리말 이름을 붙였다. 알타이미나리아재비, 알타이분취, 알타이송이풀, 연노랑솜다리 등 31과 124종에 이른다.

한라산에 자란다고 해서 한반도나 한라산에 고립적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종들은 알타이와 연속적인 분포를 보이고, 어떤 종들은 환경이 갖춰진 곳에 따라 점점이 징검다리처럼 흩어져 있었다.

몽골 거의 전 지역에서 보이는 쓴분취는 한라산 은분취와 많이 닮았다. 알락 할르한산의 알타이분취는 고산기후에 적응해 마치 양배추처럼 자라 있었다. 알타이의 알타이미나리아재비와 비슷한 한라산의 구름미나리아재비는 한반도를 건너뛰어 한라산 고지에만 있다. 빙하기에 제주도까지 영역을 확장했다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종으로 추정된다. 한라산에만 분포하는 한라솜다리 역시 알타이에서 나와 수만 년에 걸쳐 영역을 넓히다가 한라산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것으로 봤다. 지오북.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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