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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한계 넘어 강화되는 인간의 현재와 미래
이브 헤롤드의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8.14. 00:00:00
책장을 열면 미래의 인간 빅터가 있다. 30대로 보이지만 250살이다. 50대와 60대에는 심장병을 앓았지만 인공심장 덕분에 이제는 마라톤까지 뛴다. 제2형 당뇨병은 100년쯤 전에 인공췌장을 이식받아 완치됐다.

빅터의 이야기는 공상과학소설처럼 들리지만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킬 첨단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되고 있다. 미국의 과학저술가인 이브 헤롤드의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은 '트랜스휴머니즘의 현재와 미래'란 부제 아래 융합기술이 어느 단계까지 와 있고 어떤 문제가 따르는지 조망했다.

타고난 것보다 튼튼한 심장, 완전 체내이식형 인공 폐, 인공 신장, 인공 간 같은 인공장기만이 아니다. 나노 로봇이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노쇠한 세포와 조직을 재생해 암과 치매를 해결하고, 뇌가 인터넷과 연결돼 엄청난 지식을 실시간 검색하고 먼 곳에 있는 사람과 생각만으로 대화를 나눌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철학적, 윤리적 기반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려는 노력은 초보적인 단계다. 융합기술의 발전이 어떤 한계점을 넘으면 통제불능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원하는 수명을 누린 후 우리는 스스로의 뜻에 따라 인공장기의 작동을 멈출 수 있을까,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 오래 살면 인간은 더 행복해질까, 로봇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까, 아니면 몰락시킬까.

그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인류는 사색하고, 가족과 더불어 즐기고, 자아실현을 추구할 시간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은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다음의 질문을 던진다.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 현재 캐나다에서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는 강병철 소아과 전문의가 우리말로 옮겼다.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1만75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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