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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혁의 건강&생활] 치매환자의 행동 이해하기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입력 : 2020. 07.29. 00:00:00
치매환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사람들은 당혹스럽고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대화와 설득을 하지만 치매환자는 바뀌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정하지 않고 인지도 못한다. 치매환자의 행동과 심리적 증상을 정신행동증상(BPSD,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이라 정의한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치매환자의 행동문제는 일반적이고 임상적으로도 중요하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을 가장 힘들게 하는 증상이 바로 치매환자의 이런 정신행동증상이고, 가족품을 떠나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대표적인 치매환자의 정신행동증상은 우울증, 무의욕증, 과민성, 망상, 불면, 환각 등이다. 치매환자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 뇌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사람의 뇌는 약 1.4~1.6㎏로 몸무게의 약 2%에 불과하지만, 전체 에너지의 20%를 소모한다. 그러나, 뇌의 퇴행성 변화 또는 혈관성 병변으로 치매가 발병하면 치매환자 뇌의 에너지 사용량은 현저히 줄어든다. 치매 환자는 남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위해 스스로를 자극하는 의미 없는 반복적인 행동, 불면, 배회, 불안정한 정동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의 해결은 약물적 치료보다는 먼저 원인 측면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치매환자의 잉여에너지를 충분히 소모하게 해주면 치매환자의 행동문제를 완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예로,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의 주간보호시설 이용을 통한 치매환자의 활동량 증가만으로도 약물 없이도 많은 치매환자들의 정신행동증상들은 호전됐다.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할 수 없는 아이들은 불편함을 울음으로 표현하지만, 치매환자는 공격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환자가 갑자기 예민하고 과민해지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면 환자가 신체적 또는 정서적인 불편함이 생겼는지 꼭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예로,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치매환자의 불룩한 아랫배를 만져보고 배뇨장애를 해결해줬더니 바로 환자는 안정이 됐고, 기억 왜곡으로 아들이 죽었다면서 슬퍼하며 배회하는 환자에게 간단한 영상통화만으로 환자의 예민성과 불안감을 완화시켜 줄 수 있었다.

치매환자에서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저하와 행동증상은 따로 오지 않고 같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은 치매의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치매의 시작과 같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의 같은 영역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억력도 떨어지고 우울감과 의욕저하가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다. 우울증이 치매의 전구 증상이든 치매의 2차적인 반응이든, 분명 우울증이 동반할 때 전반적인 치매증상을 악화시키므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6개월 가까이 요양시설의 면회가 금지됐다. 임상현장에서 느끼는 바로는 면회금지 기간 동안에 치매환자의 불안, 우울증, 예민성이 크게 증가됐다. 다행히 요즘 투명칸막이를 둔 비접촉 면회와 영상통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 치매환자들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치매환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해결점을 찾는다면 치매환자와 더불어 좀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박준혁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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