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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지고한 사랑의 힘
노발리스의 미완의 장편 '파란꽃'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7.24. 00:00:00
29세에 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독일의 작가 노발리스(1772~1801). 14세의 어린 소녀 소피 폰 퀸과 사랑에 빠져 약혼했으나 그 여자를 병으로 잃자 죽음을 뛰어넘는 신비한 감정을 체험한다. 미완의 장편 '파란꽃'은 그같은 사연이 녹아있는 소설이다.

'파란꽃'은 원제목인 전설 속의 시인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을 주인공으로 썼다. 하인리히는 소설의 첫머리에서 아름다운 여자가 등장하는 파란꽃 꿈을 꾼다. 하인리히는 그 여자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선다. 집을 떠난 주인공이 마주한 세상은 거칠었다. 이같은 편력을 통해 하인리히는 온실과 같은 성장 시절에서 벗어나 갖가지 체험을 쌓아간다.

'파란꽃'의 주인공은 꿈과 현실의 일치를 모색하면서 외가가 있는 아우크스부르크에 도착해 마틸데라는 여인과 만난다. 마틸데를 본 순간 하인리히는 꿈에서 나타난 파란꽃임을 알게 되고 그 여정의 끝에 자연과 신을 통달하며 위대한 시인으로 거듭난다.

이 소설은 낭만주의 작품의 대명사로 불리는데 환상적, 몽환적이란 수식어를 뛰어넘는 요소를 품었다. 그 기저에 인간과 인간, 나아가 인간과 동식물, 무생물인 사물과 사물 사이에 사랑이 깔려있다는 사실을 해명했다.

주인공 하인리히의 독백이나 대화를 통해선 노발리스의 시인관이 드러난다. 시인은 조화와 통일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 언어에 대한 탁월한 인식, 사물에 대한 민감한 감응력을 지녀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리는 일은 언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현대문학의 언어 기능도 이미 암시했다.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열림원.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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