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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한라일보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발라드 선율 같은 감성 자극하는 흡인력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1.01. 00:00:00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14편이지만 대부분은 기대치에 못 미쳤다. 사건과 시간의 흐름, 인물들 사이가 모호하거나 유기적 연결고리가 단절돼 구심력이 없었다. 낯선 이야기를 익숙하게 또는 그 반대의 역발상으로 현실을 재해석하는 참신성이 아쉬웠다. 언어와 서사, 예술성이 교집합을 이루지 못했다. '파란 방', '검은 수첩', '버스커, 버스커' 3편을 놓고 집중 논의했다.

'파란 방'은 드물게 보는 산악 등반소설인데, 대화가 느슨했고 전체 내용 및 구성도 압축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대학 입학 후, 방 색깔이 파랗게 변하는 것을 지켜본 에피소드는 작위적이고 개연성이 결여됐다. '검은 수첩'의 여자 주인공은 여러 번 남자들에게 성희롱과 폭력을 당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무기력하고 수동적 대응으로 일관한다. 삼사십 년 전 시대의 정물화 같은 인물에 머물렀다. '지금 시점'에서의 내면적 갈등과 진보적 사유가 부족했다.

당선작 '버스커, 버스커'는 발라드 선율 같은 감성을 자극하는 흡인력이 있다. 구성이 탄탄하고 문장이 안정되어 있다. 주인공은 여고를 졸업한 후, 보컬학원을 나와 '작은 도시의 역 광장'에서 버스킹 팁으로 생활하며 발라드 가수의 "황홀한 데뷔"를 꿈꾼다. 가수, 작곡가였던 아버지가 '나'에게는 큰 희망이지만, 서른 살에 접어든 "아직도 불확실한 미래와의 경계에서 방황 중"이다. 게다가 '불파'라는 락밴드가 역 광장에 출현하면서 그들과 버스킹 시간을 놓고 갈등을 빚는다. 광복절 날, 역 광장에 모인 시위대에서 울려 퍼지는, 아버지가 작곡한 노래를 접한다. 아버지가 생전에 '막걸리 몇 병과 맞바꾼 노래가 데모가[-歌]'가 됐던 그 곡이다. 그리고 '불파'의 합류 제의를 받은 '나'는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아버지의 음악 작업실이면서 서재, 침실이었던 벙커 같은 골방과 '지진으로 피사의 탑처럼 삐딱해진 건물'의 사글세방, 수많은 군상의 교차로이면서 '나'와 '불파'그룹의 버스킹 장소인 역 광장은 핵심 화두의 메시지가 함축된 공간 배경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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