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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말의 힘’ 품은 사전에 인생 바친 두 사람
사사키 겐이치의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6.21. 00:00:00
두 사전이 있다. '연애(戀愛)'의 뜻을 풀어놓은 대목을 보자. 하나는 이렇게 썼다. '특정한 이성에게 특별한 애정을 품고 둘만이 함께 있고 싶으며 가능하다면 합체하고 싶은 생각을 갖지만 평소에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무척 마음이 괴로운(또는 가끔 이루어져 환희하는) 상태.' 다른 하나의 풀이는 어떨까. '남녀 사이의 그리워하는 애정(남녀 사이에 그리워하는 애정이 작용하는 것). 사랑(戀).' 전자는 '신메이카이 국어사전' 제3판이고 후자는 비슷한 시기에 간행된 '산세이도 국어사전'제3판에 실린 내용이다.

2013년 방영된 TV다큐멘터리를 토대로 한 사사키 겐이치의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는 두 국어사전을 편찬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껏 국어사전의 '개성'을 생각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두 사람이 걸어간 길은 말에 달린 힘을 곱씹도록 이끈다.

'신메이카이 국어사전'과 '산세이도 국어사전'은 전후에 태어난 일본의 국민적 국어사전이다. 두 사전을 합친 판매 부수만 약 4000만부에 달한다. 두 사전을 각각 세상에 내보인 겐보 히데토시(1914~1992)와 야마다 다다오(1916~1996)는 사전계의 양대 거성이었다. 도쿄 대학 동기생인 둘은 원래 힘을 합쳐 국어사전 한 권을 만들어낸 친구 사이였지만 결별의 계기가 있었다. 두 사람은 결국 같은 출판사에서 성격이 완전히 다른 국어사전 두 권을 출간했다.

겐보 선생은 '사전은 현대어를 반영해야 한다'고 여겼다. 말을 찾고 말을 모으고 그 말의 용례를 수집한 기간이 50년에 이른다. 그 세월 동안 겐보 선생이 기록한 용례 카드만 145만개에 이른다. 소리도 없이 변하는 말의 기준을 정하고 그 시대에 살아있는 현대어를 사전에 담으려 애썼다.

야마다 선생은 사전의 역할을 문명 비평에서 찾았다. 당시 사전계에 만연해있던 도용과 표절 관행을 뿌리 뽑으려 했던 야마다 선생은 독특한 뜻풀이로 유명했다. 말의 의미를 끝까지 설명하기 위해 장문도 마다하지 않으며 파문을 일으킨 그의 작업은 사전을 '찾는 것'에서 '읽는 것'으로 바꿔 놓았다. 송태욱 옮김. 뮤진트리. 1만8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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