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와 변법자강의 교훈 현재의 개혁과 혁신 위해 오히려 옛 것서 근거 찾아 중국몽 상고주의와 상통 고대로 현재 재단 문제도 중국인에 거대한 억압기제 문화의 조숙성, 통일성, 완정성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상고주의尙古主義로 이끈다. 상고주의는 말 그대로 옛 것을 숭상한다는 뜻인데, 숭상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모범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관념 가운데 하나이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는 서사시 '테오고니아(신들의 계보)'에서 역사를 황금시대, 은의 시대, 청동시대, 영웅의 시대, 철의 시대로 나누고 현재를 뜻하는 철의 시대에서 고대 찬란하고 행복했던 황금의 시대로 회귀할 것을 주장했다. 중국인들이 2000년에 걸쳐 쌓아올렸다는 만리장성. 이러한 상고주의는 유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묵자는 하夏의 옛 이야기(대우大禹) 속으로 들어가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하고자 했으며, 노자는 아예 결승結繩문자를 사용하고, 갑옷과 무기는 물론이고 배와 수레도 사용하지 않는 국가 이전 소국과민小國寡民의 시대로 돌아가고자 했다. 이는 상고하기 어려운 옛날의 전설이나 신화를 빌어 자신의 사상적 연원의 장구함을 뽐내거나 사상의 합리적 연속성을 증명하기 위함이자 현실에 대한 비판과 대안 마련에서 비롯된 것이다. 왕망王莽의 신新(8~23년)나라가 나라 이름과 달리 상고주의에 충실하여 '주례周禮' 등 유교 경전을 근거로 하는 개혁 정치를 단행하는 등 주나라를 본받으려고 했던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 당나라 고종의 황후로 690년 황제의 자리에 올라 15년간 통치했던 여제 측천무후의 나라 이름은 아예 주周였다. 이렇듯 옛 것을 빌어 현재를 바꾸려는 것을 '탁고개제托古改制'라고 한다. 개혁을 하려면 그냥 하면 되지 왜 굳이 옛것에 기탁하는가? '구라오'한 옛 것의 힘이 여전히 막강하게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말 외세의 막강한 화력 앞에 속수무책일 때 당시 지식인들은 양무洋務, 즉 서양 따라잡기 운동을 첫 번째 카드로 꺼내놓았다. 하지만 서양의 과학과 기술을 총동원하여 만든 북양함대가 청일전쟁에서 일본함대에게 궤멸되면서 그다지 좋은 패가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 카드가 바로 변법자강, 즉 법(제도)을 바꾸어 스스로 강해지자는 것이다. 강유위, 담사동, 양계초, 엄복 등이 주장하고 광서제가 받아들여 변법을 강행했지만 결국 서태후를 위시로 한 수구세력에게 막혀 103일 천하로 끝나고 만다. 공자 초상. '공자개제설孔子改制說'은 중국인들의 '구라오'한 문화와 심성을 상징한다. 상고주의는 지금도 여전하여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통문화에 대한 계승 발전 및 선양과도 연결된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8월 19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선전宣傳사상공작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중화문화의 옥토에 뿌리를 내려 중국인민의 바람을 반영하고 중국과 시대발전의 진보라는 요구에 적응하면서 깊고 두터운 역사적 연원과 광범위한 현실적 토대를 지니고 있음을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중국공산당의 공식 이념이 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중화문화의 옥토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발언은 고대 문화전통과 현대 문화현실을 접목시켜 새로운 대안으로 삼고자 한다는 점에서 상고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이런 면에서 "문명의 계승과 발전이 없다면, 문화의 선양과 번영이 없다면 중국몽中國夢의 실현도 없다."는 그의 발언을 이해할 수 있다. 공자 학당의 학과목 육예(六藝). 류자이푸(劉再復)가 '전통과 중국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의 전통문화는 도덕주의의 색채가 농후하여 거의 모든 것이 도덕의 범주로 귀결된다. 세상의 모든 도덕이나 종교의 도리가 그러하듯이 권선징악, 인과응보, 자업자득, 상선벌악賞善罰惡을 마땅한 이치로 제시한다. 하지만 현실은? 선악이 전도되어 가치판단조차 흔들거리며, 선을 행하고 오히려 악보惡報에 허덕인다. 이러한 현실에 직면하여 공자나 맹자는 여전히 수신을 주장할 뿐이다. 너만 잘하면 된다는 뜻이다. 그럴까? 도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살지 않는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나타나고, 도가 없으면 숨어야 한다. 나라에 도가 있을 때 가난하고 천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나라에 도가 없을 때 부하고 귀한 것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태백') 그러면 뭘 먹고 사나? 안빈낙도安貧樂道하라! 너무 멀다. 하여 백성들은 생존의 기교에 능하여 냉담하고 이기적이며 허위의식으로 무장하게 된다. 또한 유가의 도는 수신과 치국 사이에 간극이 너무 뚜렷하다. 오죽했으면 양계초가 "우리 국민이 가장 결핍되어 있는 것은 바로 공중도덕이다."고 했을까. 수신에 치중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치국평천하를 위함이다. 하지만 누가 치국평천하를 하는가? 대다수 백성들은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힘들다. 그런 그들에게 여전히 수신에 힘쓰라고 한다. 무엇을 위해서? 조숙하고 노련하며, 완정한 중국문화는 이렇게 오래되고 천천히 늙어가면서 중국인들의 관념과 심성에 거대한 억압 기제가 되었다. <심규호·제주국제대학교 석좌교수>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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