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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준의 편집국 25시]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해"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입력 : 2019. 01.31. 00:00:00



가끔씩 지인과 함께 제주시 구좌읍의 용눈이오름을 찾곤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오름 정상에 올라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즐겼지만, 어느 순간부터 오름은 오르지 않고 주변을 겉돌며 오름을 사진으로만 담게 됐다. 그러면서 알게 된 건 하루에도 정말로 많은 사람이 용눈이오름을 찾는다는 사실이다.

붐비는 사람들로 인해 사람이 없는 한적한 자연 그대로의 용눈이오름을 찍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오름이 유명해진 것은 긍정적이라 해도, 사람들로 인해 오름이 훼손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미안한 마음에 그 뒤부터는 용눈이오름 등반을 자제하고 있다.

망가지고 있는 건 용눈이오름뿐만이 아니다.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금오름도 방송을 타면서 관광객으로 붐비게 됐고, 백약이·문석이·새별·노꼬메 등 제주도 내 많은 오름이 유명세를 타면서 오가는 방문객에 의해 생기는 흔적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탐방객과 차량 외에도 산악자전거·오토바이 등이 내는 생채기 또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은 오름뿐 아니라 제주도 전체의 문제가 돼 버렸다.

더욱 안타까운 건 오름들 중에는 사유지가 많아 오름 훼손 대안 마련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즐겨듣는 노래 중 '이 노래는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해'라는 구절이 있다. 가사 중 '노래' 대신 '용눈이오름'을 곧잘 대입해 보곤한다. 복구가 힘들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알려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고 김영갑 작가는 지금은 찍을 수 없는 용눈이오름 사진을 많이 남겼다.

그의 제자이자 김영갑갤러리를 운영 중인 박훈일 관장은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용눈이오름은 이제 두 번 다시 찍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유명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미 늦었을지도, 개인적인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용눈이를 비롯한 다른 오름들이 정말로 더 이상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흥준 제2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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