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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성폭력에 칼 빼든 정부… 실효성 미지수
처벌 강화·민간 참여 확대 등 대책 마련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9. 01.10. 00:00:00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로부터 상습 성폭행에 시달렸다는 심석희의 폭로 이후 정부도 긴급 브리핑까지 마련해 관련 대책을 내놨다.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한층 강화하고 민간주도 특별조사도 실시하는 등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칼을 빼 들었지만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을 둔 성폭력이 이러한 대책들로 뿌리 뽑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건은 그간 정부와 체육계가 마련해왔던 제도와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시인했다.

문체부는 2년 주기로 대한체육회를 통해 아마추어 종목에 대한 성폭력 등 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있지만 조 전 코치 사건의 경우 전날 방송 보도를 보고서야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날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한 2018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성폭력 경험 비율이 1.7%로 집계됐다고 밝혔는데 결국 조사에 담기지 않은 더 많은 피해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몇 시간 만에 확인됐다.

정부가 관련 제도와 대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며 이날 밝힌 관련 대책엔 영구제명 대상이 되는 성폭력의 범위에 성폭행뿐만 아니라 중대한 성추행도 포함하고 성폭력 징계자의 국내외 취업을 막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그간 허술한 규정을 이용해 성폭력으로 징계받은 가해자가 몇 년 후 슬그머니 민간에서 활동을 재개하거나 조 전 코치의 경우처럼 해외 취업을 시도하는 것을 막는다는 의도다.

처벌 강화는 긍정적이지만 이것이 체육계 성폭력 근절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체육계의 폐쇄성 등 근본적인 요인들이 먼저 극복돼야 한다.

노 차관도 "폐쇄적인 문화를 탈피하는 과정이 힘들고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인정하며 "지속적이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고 스포츠 문화 변화를 위한 교육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엘리트 체육을 하는 선수가 대부분인 국내에서는 지도자의 눈 밖에 나면 선수생활이 위태롭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쉽사리 폭로할 수가 없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 폭로하더라도 징계 주체가 체육단체인 탓에 가해자를 잘 아는 인사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가 체육계 실태조사를 체육계 인사가 아닌 민간주도로 하고 체육분야 제도 개선에 인권 전문가들을 포함하는 것도 이 문제를 '체육계' 밖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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