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빗물이 빠진 간드락 소극장에 침수된 물품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진선희기자 "행정 지원을 받아 관객들에게 더 나은 조건에서 공연을 보여줄 수 있다는 말에 입주를 포기했다가 마음을 돌렸는데 이 지경이 됐습니다. 종전보다 상황이 나빠진 겁니다." 지난 8일 만난 간드락 소극장의 오 모 대표는 할말을 잃은 듯 했다. 얼마 전 제주를 휩쓸고 간 태풍 '콩레이' 직후 지하 소극장이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침수 사실을 확인하고 동사무소, 119 등의 도움으로 간신히 빗물을 빼냈지만 소극장은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침수 이전부터 화장실 사용 불가, 천장 누수, 입구의 좁은 계단 등 공연장 시설로 적합하지 않고 관람객 이용에 불편이 컸던 곳이다. 간드락 소극장은 제주시가 옛 제주대병원 인근 삼도2동 입주작가 임차료 지원사업으로 조성된 공간 중 하나다. 제주시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개년 사업으로 빈 점포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도시를 재생한다며 이 사업을 벌여왔다. 올해는 13개 건물에 공예, 회화, 음악, 연극 등 16명(팀)이 입주해있고 제주시는 총 임차료 1억1000만원을 분기별로 지원하고 있다. 침수 당시의 소극장 내부 모습. 사진=간드락 소극장 제공 또 다른 입주작가도 어려움을 털어놨다. 해당 작가는 작업 시설을 추가하려 해도 건물주가 화재 위험이 있다며 반대하고 잠시 점포를 비우면 사업 참여에 소극적이라고 여기는 등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5개년 프로젝트임에도 전담 직원이 없어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똑같은 애로사항을 되풀이해야 하는 점도 고역이라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계약 만료일이 2019년 11월로 1년여 남았지만 현재 임대 건물을 떠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애초부터 소극장으로 적합하지 않은 곳을 임대 사업장으로 선정했다"며 "제주시가 대책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에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당시 배수 펌프가 제대로 작동 안돼 빗물이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며 "당장 다른 공간을 제공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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