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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복절에 접하는 보훈처의 씁쓸한 모습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8. 08.15. 00:00:00
제73주년 8·15 광복절을 맞아 제주지역 독립운동가 5명이 독립유공자로 탄생했다. 김시범(1890~1948) 선생이 건국훈장 애족장, 강태하(1897~1967) 선생 등 4명에게 대통령 표창이 각각 추서된다. 오랜 세월끝에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김시범 선생은 조천만세운동을 계획하고 동지를 규합해 독립운동을 주도했으나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탈락했다. 나라를 뒤찾기 위한 이들의 공적이 뚜렷한데도 그동안 나라는 이들를 외면한 것이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독립운동가는 무수히 많다고 본다. 심지어 유족들이 독립유공자 추서과정에서 국가보훈처가 관련 자료를 누락시켰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제강점기 비행사로 활약했던 제주 출신 임도현 선생의 유족들은 "보훈처가 독립유공자로 활동한 흔적을 지우고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임 선생의 조카 임정범(63)씨는 지난 13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훈처가 수년간 독립유공자 자료를 삭제했다"고 폭로했다. 임씨에 따르면 임 선생은 1931년 일본 비행학교에서 훈련중 동료 7명과 함께 일본군 비행기를 몰고 중국으로 탈출, 장제스와 함께 중국 쓰촨성 중앙군사정부 직속부대에 소속돼 항일운동을 펼쳤다. 임 선생의 유족들은 보훈처에 독립유공자 신청을 8차례 냈지만 선정되지 않았다. 임씨는 "2011년 보훈처가 일본서 발굴한 '요시찰인 관계잡찬과 군관학교 관계용의자 취조'라는 자료를 확보하고도 못찾았다며 증거를 인멸했다"고 강조했다. 임씨는 국정감사를 의뢰한 유족에게 앙심을 품고 보훈처가 수년간 포상심사로 가는 길목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족이 19년 동안 수집한 일본 경시청 비밀감시목록, 조선 총독부 판결문 등 9개 자료 모두를 은폐했다"고 덧붙였다. 보훈처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유족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독립유공자 신청을 둘러싸고 이런 잡음이 발생했다는 그 자체가 문제다.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선양해야 할 보훈처가 얼마나 소극적이고 성의없이 다뤘으면 이럴까 싶다. 보훈처가 독립유공자 선정에 필요한 자료를 찾는데 적극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되레 방해했다면 그 직분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극단적인 예일지 모른다. 캐나다 보훈부는 6·25 참전용사의 집 앞 눈을 치워드리는 일도 중요한 보훈업무 중 하나라고 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하찮은 일까지 챙긴다. 그런데 우리의 보훈처는 일제 당시 기록이 많지 않은 독립운동 자료를 유족에게 요구한다. 누구를 위한 보훈처인지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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