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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人제주] (8)(주)뭉치 김영훈 대표이사
"저요? 관광계의 이단아라고 불려요"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18. 07.24. 20:00:00

김영훈 (주)뭉치 대표이사는 제주형 마이스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문학적 생태관광 방점…고민 없는 상품 제주 망쳐
모든 상품 쇼핑 일정 없어 "지역민이 관광주체 돼야"
"제주형 마이스 고민 필요… 밀폐된 회의장 벗어나야"

'카피해도 좋습니다. 제발 제대로만 진행해주세요.' 한동안 (주)뭉치 홈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내걸려 있었다.

김영훈 (주)뭉치 대표이사는 최근 들어 여행사가 급증해 여행사끼리 서로의 상품을 베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베낀 상품'조차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관광객들의 원성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김 대표이사는 "고민 없이 만든 상품, 엉성하게 일정을 진행하는 일부 여행사들이 도내 전체 관광시장을 망치고 있다"며 "오죽하면 베껴도 좋으니 제발 제대로 진행해달라는 읍소까지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1990년 설립된 (주)뭉치는 이제 제주 여행업계에선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흑룡만리 제주밭담투어', 관광상품과 녹색정책을 결합한 '탄소중립' 여행 등 수많은 이색 상품을 최초로 개발한 곳이 (주)뭉치다. 우수여행상품으로 지정된 것만 30개가 넘는다. 그간의 노력을 증명하듯 사무실 한 켠에는 각종 상패와 인증패 50여개가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주)뭉치의 상품은 생태·인문학 관광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상귀(돌), 보롬(바람), 비바리(여자)'란 문화투어를 통해선 제주의 돌과 바람을 직접 느끼며 해녀 체험을 할 수 있다

밭담 투어에도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잘 녹아 있다. 김 대표이사는 "제주의 돌은 8모인데 이웃한 돌과 맞는 면을 찾아 돌담을 쌓으려면 돌을 여덟번 돌려야 한다. 돌을 돌리고 또 돌리며 밭담을 쌓는 과정에선 이웃과 어울리는 법을 알수 있다"면서 "또 밭담 틈새로 비치는 절경을 보려면 허리를 숙여 밭담을 관찰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소개해 관광객이 제주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인문학적 생태관광이다"고 설명했다.

요새 김 대표이사는 마을 퐁낭투어를 보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퐁낭투어는 관광객이 마을의 숨은 명소를 찾아다니는 여행상품으로 마을 주민들이 가이드 역할을 맡는다. 지역민이 관광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주)뭉치의 여행상품엔 그 흔한 쇼핑 일정이 없다. 쇼핑 일색의 관광은 제주 관광을 망치는 주범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퐁낭투어 상품에서 알 수 있듯 관광 수익이 지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저버릴 수 없었다.

(주)뭉치는 마이스의 노하우를 20여 년간 축적해 온 마이스 산업분야 선두주자이기도다. 그는 마이스산업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우선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이사는 "왜 마이스하면 컨벤션센터에서 회의하고 관광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느냐"면서 "회의장을 벗어나라. 한 예로 모 약품회사 직원 1000명이 참가하는 세미나를 맡았는데 참석자들은 용천수에 발을 담가 제주의 자연을 만끽하며 회의를 했다. 이날 이후 그 회사는 목표 대비 600%를 초과 달성했다면서 다시 우리가 진행하는 마이스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형 마이스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이사는 주변으로부터 '관광의 이단아'란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평소 제주 관광에 대한 쓴소리를 많이 하다보니 붙여진 별명이란다. 이날도 그는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하나의 여행상품을 만들려면 최소 1년 6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1인 여행사, 생애 주기가 짧은 상품들이 쏟아진다. 과당 경쟁인데 경쟁력도 없다보니 다시 덤핑관광으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라면서 "진정한 관광이란 지역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또 어떻게 살았는지 그 속살을 보고 경험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계관광수도 제주를 만들고 싶다는 김 대표이사가 고민 끝에 내놓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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