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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가 뒤통수 치는 이런 농정이 어디 있나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8. 04.24. 00:00:00
도대체 누구를 위한 농정인가. 양파가격 폭락으로 산지폐기를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양파를 수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가뜩이나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우리의 농업이 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잖은가. 1차산업이 이렇게 어려운데 정부는 뒤에서 몰래 수입양파를 들여오고 있었으니 농가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와 농협제주본부 등에 따르면 제주지역 조생양파 재배면적은 742㏊로 지난해(547㏊)보다 35.6% 증가했다. 특히 올해 조생양파 생산예상량도 4만9000t으로 지난해에 비해 44.1%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여 가격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제주도 등 양파 주산지 지방자치단체는 제주와 전남 지역의 조생양파 재배면적 가운데 295㏊(제주 156㏊, 전남 139㏊)에 대한 산지폐기에 나섰다.

이처럼 양파 농가들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산지폐기를 추진하고 있는데 유통현장에서는 중국산 양파가 대량 수입되고 있었다. 한경농협이 최근 인천 중부검역본부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지난 10~16일 7일간 21건 744t 규모의 중국산 수입양파가 검역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지난 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599건 2만7648t의 양파가 수입되거나 검역·통관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경농협에 다르면 현재 국내산 양파의 경매가격이 700~800원대인 반면 중국산 수입양파는 1100~1200원대로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 수입양파는 식품 또는 식자재업체 등에 대부분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진 한경농협 조합장도 "민간업자가 중국산 양파를 수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알아봤는데 소문대로 수입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앞뒤 맞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생양파 가격 폭락은 단순히 과잉생산만을 탓할 수도 없다. 양파가격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이에 아랑곳없이 수입양파를 시장에 마구 풀어놓고 있잖은가. 수입양파가 쏟아지니 농가가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그러니 산지에서 폐기해봐야 제대로 효과를 볼리 만무하다. 올해 제주에서 예상되는 양파 생산량이 4만9000t인데 수입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보라. 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수입된 양파가 2만7600여t에 달한다. 제주지역 생산예상량의 절반이 넘는 물량이다. 농가의 뒤통수를 치는 이런 농정이 어디 있나. 정부가 나서서 양파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양파농가의 영농의욕을 고취시키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꺾어버리고 있다. 정부가 양파농가 보호를 위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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