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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 '아빠의 아이공부' 오승주씨
"아이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세요"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7. 12.14. 20:00:00
가족들 중심에 놓은 뒤 귀향
인문 고전의 숲에 육아 방법

"아이들 질문 흘리지 말기를"


이제 곧 40대 문턱을 밟는 그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이야기부터 꺼냈다. 몸으로 체득한 '금언'이었다. 지인과 사업체를 꾸린 뒤 적자가 쌓여가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때였다. 네살배기 아들이 어느날 시무룩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아빠랑 놀고 싶은데, 아빠는 나가버려." 아이의 말에 그는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한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됐고 비로소 가족의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는 오승주 작가의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공부'는 그 날의 경험에서 출발한 책이다. 그는 가족을 생활의 중심에 두면서 직업을 바꿨고 서울살이를 접고 고향 제주로 돌아왔다. 집안일을 챙기고 아이와 노는 시간을 늘려갔다.

"육아는 관념이 아닌데, 부모는 관념에 의존하며 아이를 키웁니다. 그것마저도 그릇된 관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릇된 관념을 건드려주지 않으면 아이와 제대로 된 관계를 만들지 못합니다."

'아빠의 아이공부'는 30여편의 인문 고전을 통해 어른들이 아이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들 둘을 키우는 일 만이 아니라 4년간 공부방을 운영하며 현장에서 얻은 결과다.

생텍쥐페리의 그 유명한 '어린 왕자'가 있다. 저자는 '어린 왕자'속 장미와 어린 왕자를 새롭게 읽는다.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걸 어려워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과 질문으로 어린 왕자를 힘들게 하는 장미는 아이들과 닮았다. 어린 왕자는 부모의 모습에 가깝다. 부모들은 아이의 엉뚱하고 기막힌 질문에 퀴즈 풀듯 쉽게 답을 낸다. 하지만 아이의 질문을 그런 식으로 풀면 대화의 문이 이내 닫혀버린다. 저자는 '어린 왕자'를 통해 아이가 미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파악하려면 부모들이 아이의 질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통해 좋은 아빠가 되는 법을 고민하고 '암흑의 핵심'에서는 아이 내면의 어둠을 어루만지는 방법을 본다. '사기열전'에는 존재감 있는 아이로 키우는 법이 들어있다. 대학에서 국문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독서를 할 때마다 꼼꼼히 메모하는 습관이 인문 고전의 숲에서 아이의 마음을 찾아내는 힘이 됐다.

그는 이즈음 특성화고 학생의 죽음을 접하며 제주 청소년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기 발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다.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한 자는 누구나 약자다"는 어느 책의 구절처럼 그는 '비주류'들이 작가가 되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하고 싶은 바람이다. 글라이더. 1만48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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