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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풍년마다 가격폭락 현실, 무대책이 대책인가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입력 : 2017. 11.22. 00:00:00
풍년일수록 수확의 기쁨이 넘쳐야 하지만 오히려 걱정이 태산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 채소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폭락이 예상되면서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지역 월동무와 당근 등 채소류 생산예상량이 평년보다 두 자릿수 이상 증가가 전망되면서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적절한 수급 대책이 없을 경우 영농비도 못 건질 판이다.

무값 하락세는 이미 심상치 않다. 20일 기준 서울가락시장 경락가는 18㎏에 8273원으로 전년 동월(1만6454원)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평년 동월(1만1590원)에 비해서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금 시장에선 전북과 충남지역 가을무 출하가 막바지 단계다. 제주산 겨울 채소가 쏟아질 경우 가격 안정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제주산 겨울 채소는 면적도 증가한데다 생산량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생산량이 35만t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2016년산보다 무려 46%나 많은 양이다. 이 정도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당근도 마찬가지다. 올해산 당근 재배면적은 1408㏊로 최근 5개년 평균(1477㏊)보다 적다. 하지만 생산예상량은 5만2230t으로 평년(4만6903t)에 비해 11%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해에 비해선 54%나 많다. 가격하락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가락시장의 당근 경락가는 20㎏에 2만4833원으로 10월 평균가(3만9796원)는 물론 평년 10월(3만3455원) 가격을 훨씬 밑돌고 있다. 농가들은 풍년에 따른 소득 증대는커녕 가격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판이다.

겨울 채소는 도내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다. 농가에 미치는 경제적 타격은 크다. 언제까지 '풍년의 역설'을 겪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시장격리와 비상품 자율 폐기 등을 통해 가격 안정에 나서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소비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도 병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땜질처방이고, 사후약방문이다. 매년 반복되다시피 하는데도 농정당국의 대책은 달라진게 없다. 무대책이 대책이다. 적정 생산량 유도와 대체작물 개발 등 영농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 이제부터라도 풍년의 역설을 끊어내기 위한 근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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