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제주에 빠지다
[2017 제주 愛 빠지다] (14) 김명은 '여성타악단 道' 대표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17. 08.24. 00:00:00

김명은 여성타악단 도 대표가 선율타악기인 스틸드럼을 연주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강희만기자

"여성 타악의 새로운 길 내고 싶어"
제주 첫 여성타악단 구성
스틸드럼 창작 범위 넓혀
물허벅 접목해 공연하고파


처음엔 '딱 1년만 쉬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릴 때부터 국악을 손에 놓지 않았지만 배움의 범위가 넓어지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다 보니 문뜩 힘이 부쳤다. 김명은(33)씨가 제주에 내려온 것도 숨 가쁘게 달려온 삶에 '쉼'이 필요해서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국악 활동을 하면서 명절에도 꾸준히 공연을 다녔어요.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서양 타악을 접목하고 싶어 2년간 노스텍사스대학교에서 클래식 타악을 배웠고, 한국에 돌아와선 오페라단에서 기획 쪽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너무 힘들다, 1년만 쉬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먼저 제주로 이주한 부모님을 따라 내려오게 됐죠."

잠시 머물기로 했지만 어느덧 그가 제주에 온 지 5년째다. 그 사이 제주는 그에게 또 다른 시작점이 됐다. 새로운 인연을 맺고 새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다. 그의 전공이던 '타악'이 연결고리가 됐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2013년부터 '제주국악관현악단'에서 활동하면서 타악을 전공한 단원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공연을 하게 됐다"며 "그러다 제대로 공연을 해보자는 마음에 '여성타악단 道(도)'를 꾸리고 지난해 창단 연주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여성타악단 도는 대표인 김씨를 중심으로 김지희(33), 강수연(31)씨로 이뤄졌다. 제주에선 유일하게 여성으로만 이뤄진 타악단이다. 기존에 볼 수 없던 팀인 만큼 그 이름에는 남다른 포부가 담겼다.

"타악단 이름인 '道(도)'는 한자로 '길 도'자를 쓰는데, '제주도' 할 때 도와도 같습니다. 제주에선 여성타악단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여성타악의 새로운 길을 내겠다는 뜻을 담았죠. 영어로는 중심음인 '도'를 일컫는 만큼 중심을 잡자는 뜻도 담겨 있고요."

여성타악단 도는 관객에게 좀 더 새롭게 다가서고 있다. "국악을 따분하고 지루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주기 위해서다. 그들이 장구와 북 소리를 중심에 두면서도 다양한 몸짓으로 흥을 돋우는 데도 이러한 이유가 담겼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공연은 비어보이지 않는다. 사물놀이나 판굿도 적어도 4명이 있어야 무대를 꾸릴 수 있지만 여성타악단 도는 저만의 방법으로 부족함을 채운다. 장구와 북 외에 선율타악기인 '스틸드럼'으로 그들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

"6개월에 걸쳐 트리니다드토바고(서인도 제도 남동부에 있는 나라)에서 스틸드럼을 들여왔어요. 식민지 시절에 영국 군인이 쓰던 기름 드럼통을 가지고 원주민이 만들었던 악기죠. 같은 섬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제주의 자연과 분위기가 잘 맞는데다 장구와 북의 한계를 보완해 주지요. 멜로디를 만들 수 있는 악기이다 보니 민요 중간에 동요를 집어넣는다거나 다양한 창작이 가능한 거죠."

제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기에 그들의 관심도 제주의 것을 비껴가지 않는다. 물이 귀했던 제주에서 물을 길어 나를 때 쓰던 물허벅으로 새로운 공연을 하는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물허벅은 어느 정도 물이 차 있느냐에 따라 다른 소리를 냅니다. 아직 선보이기 이르지만 이걸 가지고 공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어떤 것과 접목할 때 시너지가 클 지도 찾고 있습니다." 김지은기자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