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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도서전 개최지 제주… 지역출판 안녕한가
부산시 '지역서점 연계 출판사 희망 대출제도'시행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7. 05.29. 00:00:00

제1회 한국지역출판대상 수상자인 공로상 저자 윤일호, 공로상 출판사 책마을해리의 이대건 대표, 대상 저자 권영란, 대상 출판사 피플파워의 김주완 이사(왼쪽부터). 사진=제주한국지역도서전 집행위원회 제공

日 돗토리현 30년 역사 책축제로 독서생태계 가꿔
제주는 저자 지원 있지만 출판사·서점 정책은 부재

찬 계절, 감귤이 담겼던 상자가 도서관 전시실과 야외 마당으로 이동했다. 나무로 짠 상자엔 제주 살림살이를 지탱해온 감귤 대신 마음의 먹거리인 책이 놓였다. 서울을 제외한 70여개 지역출판사가 참여해 올해 처음 제주에서 열린 제주한국지역도서전의 책 전시 풍경이 그랬다. 한라도서관을 주무대로 전국 팔도 지역출판사들의 도서전, 제주4·3도서전, 지역대학 출판도서전 등이 펼쳐졌다.

지난 주말엔 한국출판학회와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가 공동 주최한 '지역출판,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주제 라운드테이블, 제1회 한국지역출판 천인독자상 시상 등이 마련됐다. 지역출판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최초'의 행사인 만큼 자본과 시장에 의해 지역출판사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서로 어깨 결어 지역의 문화를 기록하고 출판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제주에서 시작된 한국지역도서전은 내년 경기도 수원시로 향한다. 수원시는 이번 제주 도서전에 염태영 수원시장이 방문했고 별도 부스를 차려 건강한 독서생태계를 일구는 지자체의 활동을 알렸다.

지난 25일 시작된 지역도서전은 29일 도서 전시와 북카페 강연으로 막을 내린다. 도서전은 끝나지만 제주는 첫 개최지로서 지속가능한 출판문화를 가꿔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 도서전 라운드테이블에서 발표된 국내외 지자체의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부산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지역 서점과 연계한 지역출판사 시민희망 대출제도'를 운영한다. 경기도 용인에서 시행해온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지역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시민들이 지역 서점에서 구입하는 대신 대출하는 방식이다. 지역 서점에서 시민들이 대출한 지역출판사 발행 도서 목록을 작성해 부산시에 제출하면 부산시는 이 책을 구입해 작은도서관이나 도서 희망기관에 배부하게 된다. 이를 통해 지역출판사와 지역 서점이 안정적으로 책을 유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현인 돗토리현은 1987년부터 책축제인 북인돗토리를 운영해왔다. 북인돗토리는 일본 전국 각지의 책 전시, 지역출판문화 공로상 등으로 구성된다. 돗토리현은 북인돗토리를 통해 2개에 불과하던 도서관이 자치체 19곳에 전부 생겨나는 등 현민, 도서관, 서점조합의 협력으로 '돗토리 모델'로 불리는 도서관 환경 만들기를 이뤄냈다. 특히 지역출판공로상은 출판물 대부분이 도쿄에서 발행되고 중앙과 지역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현실에서 20회까지 운영하며 지역문화 콘텐츠를 발굴하는 지역출판인들을 격려해왔다.

이에비해 제주는 지역출판 육성을 위한 특색사업이 전무한 실정이다. 문화예술지원 공모가 저자 중심으로 지역출판사나 동네 서점은 그 대상이 아니다. 다른 지역처럼 제주 역시 책을 만들고 파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지난 27일 한국지역출판 대상 시상식을 찾은 원희룡 제주지사는 '서점주인 아들'이었던 일화를 꺼내며 "지역출판문화운동과 관련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제주도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지역도서전이 지역출판에 힘을 싣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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