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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路 떠나다]동백꽃 길 따라 주말 나들이
꽃망울 툭툭… 찬바람 부니 붉은 융단 깔렸네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16. 12.02. 00:00:00

진분홍 꽃물결 이루는 위미동백나무군락지엔 거친 땅을 일군 어느 제주여인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강경민기자

안덕면 동백수목원 카멜리아힐
'사랑해, 동백해'로 꽃축제 물결
도문화재 위미동백나무 군락엔
거친 땅 일군 여인의 사연 담겨

나뭇가지마다 붉은 꽃망울이 툭툭 터진다. 가로수가 잎을 뚝뚝 떨어뜨릴 때 동백은 비로소 꽃을 피운다. 저 홀로 봄을 맞은 듯이. 겨울에 꽃을 피운다고 해 이름도 '동백(冬柏)'이다.

제주엔 날이 채 추워지기도 전에 동백꽃 물결이 일렁인다. 남보다 일찍 꽃을 피워낸 나무는 벌써부터 꽃송이를 떨군다. 발 닿는 곳마다 붉은 융단이 깔리면 이 계절 걷는 길이 황홀하다.

카멜리아힐에 툭툭 떨어진 동백 꽃잎들이 융단처럼 깔려있다.

▷애기동백 활짝… 달콤한 향기도=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동백 수목원 '카멜리아힐'에는 이미 꽃 축제가 시작됐다. 지난달 15일부터 열리는 동백 축제 '사랑해. 동백해'다. "외래종인 애기동백은 이미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한국 토종동백은 2월에서 3월에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카멜리아힐 임태남 영업팀장이 말했다.

카멜리아힐에는 동백나무 6000여 그루가 거대한 숲을 이뤘다. 세계 80개국에서 온 500여 품종이 가을부터 봄까지 시기를 달리해 꽃을 피운다.

그곳을 걷다 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가 펼쳐진다. 같은 동백이지만 저마다 색과 모양이 다르다. 익숙하지 않은 꽃의 향은 달고 매혹적이다. 보통 동백꽃은 화려한 빛으로 향기를 대신하지만 카멜리아힐에선 향기있는 동백 6종이 방문객을 맞는다.

안덕면 카멜리아힐엔 동백 축제가 한창이다. 사진=카멜리아힐 제공

'느려도 괜찮아요. 자연은 원래 느려요.' 카멜리아힐에 붙은 나무 팻말처럼 동백나무 숲은 바쁜 걸음을 다독인다. 숲의 고요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아기자기한 장식 앞에서도 절로 느릿해진다. 마음까지 여유롭다.

▷꽃길에서 추억 남기기=제주 남쪽마을인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도 동백꽃이 고개를 내밀었다. 어른 키를 훌쩍 넘긴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이기도 하다. 위미동백나무군락은 제주도 기념물 제39호로 지정돼 있다.

이 군락에는 나무를 심어 거친 땅을 일군 현맹춘(1858~1933) 할머니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현 할머니는 어렵게 사들인 황무지를 가꾸기 위해 한라산의 동백 씨앗을 따다 뿌렸다. 거센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서다.

그렇게 거칠었던 땅은 기름진 농토가 됐고, 동백나무는 울창한 숲을 이뤘다. 나무 수가 560여본, 그 높이가 10여m에 달한다.

위미동백나무군락은 깊은 겨울이 봄을 향해 달려가는 2월이 돼야 절정을 맞는다. 지금 시기에는 동백꽃을 보기 어렵다. 하지만 여기에서 걸어서 10여분 남짓 거리에 또 다른 군락은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선 이미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누군가 잘 다듬어 놓은 동백나무 무리가 붉게 물든 모습이 이국적이다. 요즘처럼 동백꽃이 피기 시작하면 추억을 남기려는 발길이 이어진다.

동백꽃은 땅 위에 떨어져서도 쉽게 지지 않는다. 오히려 또 다시 꽃을 피우는 듯하다. 그래서 오래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르게 애잔하다. 붉게 타는 꽃길이 이 계절, 사람들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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