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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12)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3리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6. 11.29. 00:00:00

마을회관 옥상에서 가세오름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위)과 가시천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가에 조성한 허브공원(아래).

마을 곳곳서 허브향 솔솔… 작은 마을의 의미있는 변화
10년 전부터 허브마을 만들기에 주민 역량 결집한 농촌마을
허브마을 명성에 그치지 않고 창조적마을 정부공모에 도전
"'허브'하면 전국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을되는 것이 꿈"



마을회관 사무실에 들어서면 허브향이 가득하다. 향초를 피워 은은하면서도 깊이 있는 끌림을 발생시킨다. 고급스럽다. 허브마을의 명성을 후각을 통해 매력적으로 전하고 있다. 원기둥 형태의 유리잔 속에 조개나 귀여운 자갈들을 넣고 투명한 허브향초를 만들어 시각적으로도 장식미를 뽐낸다.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상품성이 높아 방문객들에게 비싸게 팔린다고 한다. 아직도 과정이라고 하지만 처음 접하는 인상은 성공적인 모습이다. 허브향이 풍기는 마을로 인식된 것은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요술방망이 두드리듯 이뤄진 것이 아니다. 10년 전, 면적과 인구가 섬 제주에서 가장 작은 이 마을 발전 전략으로 '허브향'이라고 하는 테마를 설정하고 오직 주민 자발적으로 기관 협조나 지원 없이 저돌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마을공동체가 조성해 운영하고 있는 허브체험장.

청년회를 중심으로 주민들 스스로 허브 묘목을 마을 곳곳에 심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하여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숱한 좌절을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며 달려온 허브마을만들기 세월. '작다는 것은 특색을 강화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160여 명 되는 주민들이 일치단결해 이룩한 마을공동체 성장의 디딤돌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설명하는 세화3리는 모두가 친척처럼, 형제자매처럼 살아가는 이웃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결속력이 경쟁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마을이다. 이 작은 마을의 위치는 표선면 서북부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로 동쪽으로는 세화1리와 가시천을 사이에 두고 경계를 이루고, 남쪽으로는 해안마을인 세화2리, 토산2리와 접하고 있다. 시설감귤 및 시설원예를 중심으로 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 마을회관 옥상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의 대부분이 하우스 시설이다. 표선면에서 가장 부유한 마을이라는 세화3리의 설촌 유래를 유두선(75) 노인회장으로부터 들었다.

빈병을 재활용해서 만 든허브향초.

"120여 년 전에 성산읍 수산리에 살던 군위 오씨 일가가 이주해 오면서 이곳에 촌락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동해 정씨, 편안 강씨가 인근에 이주하였고, 이후에 경주 김씨, 김해 김씨가 '동강왓'과 '불미져'에 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성씨들도 많이 들어와 마을의 형태가 구축되기 시작했지요. 그 당시 마을 명칭은 '강왓띠'라고 불렀습니다. 이후 1960년대에 강화동(江華洞)으로 개명해 부르다가 1988년에 세화3리로 분리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금은 감귤농사를 많이 해서 부자마을 소리를 듣고 있지만 옛날에는 가세오름과 주변 지형의 영향으로 '돗굉이주재'라고 하는 회오리바람이 불어서 농사지은 것들을 날아가게 하고 초가집 지붕마저 날려버릴 정도로 혹독한 환경이 있었습니다. 척박한 토양과 비바람을 이겨내며 삶의 터전을 개척한 마을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표선면 세화리의 한 동네 자연부락에서 세화3리로 어엿하게 분리해 새로운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 결속력과 긍지가 대단하다.

강기수 이장.

강기수(60) 이장으로부터 당면과제와 숙원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꾸준하게 해오고 있는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농촌지역이다 보니 배수로 개설 사업들이 중점적으로 마무리 지어져야 할 상황입니다. 허브마을 체험장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마을 자발성에 상응하는 행정지원이 미진합니다. 내년에는 지금까지 이룩한 마을만들기 사업 역량을 총집결해 창조적마을만들기 정부공모사업에 도전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귀농귀촌한 농가가 5가구 정도 됩니다. 이 분들이 마을공동체 구성원으로 함께 손잡고 나갈 수 있도록 마을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동안의 성과는 더 큰 도전을 위한 밑거름에 불과하다는 소박하고 겸손한 자세가 느껴진다. 마을의 규모가 작아서 느끼는 소외감은 애써 무시하고 주민자발성을 가장 큰 자산이요 가치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은 행정기관에서도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찬사보다 지원이 절실하거늘. 김성완(43) 발전위원장이 밝히는 마을발전 전략의 중심에 허브마을사업이 있었다. "허브에 대해 어떠한 지식도 없이 농사짓는 감각으로 허브를 심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이 기울인 열정은 대단합니다. 마을 특화사업으로 인지도를 만드는 부분은 일정량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를 하고 있지만 10년 넘게 한 일이 기반 조성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의 꿈은 전국적으로 '허브'하면 떠오르는 마을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 체험장이 협소합니다. 교육장 시설들을 통해서 허브에 대한 관심과 효용가치에 대하여 알리는 사업을 병행해야 관광자원으로써 마을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을면적이 작지만 허브를 심고 가꾸는 매력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사업에 지속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마을공동체 정원만들기 사업 등 세화3리가 추진하고, 성과를 거두는 일들이 마을기업 마인드와 접목해 수익성 확대에 도달하겠다는 의지다.

마을공동체가 조성해 운영하고 있는 허브체험장.

허브를 심기 시작하던 10년 전부터 마을회 사무장으로 근무하며 마을 주민들의 집념을 잘 알고 있는 김미선(43)씨가 생각하는 세화3리의 미래는 이렇다. '한 세대 30년 뒤, 마을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제가 이 마을에 시집오기 전 모습은 지금보다 많이 낙후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 살면서 느낀 특징은 마을의 외형보다 의식의 변화가 앞서갔다는 것입니다. 진취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마을경쟁력을 높이는 촉매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을 면적과 인구가 작다는 것에 주눅 들거나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당차게 밀고나가는 힘이 있습니다. 마을은 작지만 제주에서 가장 꿈이 큰 마을이라는 자부심에 책임감을 느낍니다." 세화3리의 며느리가 발견한 변화의 기틀에는 서로를 아끼는 이웃의 정으로 똘똘 뭉친 화합된 모습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마을공동체 성공신화의 훌륭한 사례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신화는 세상에 없는 것에서 나온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을이기에 신화의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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