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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은 뭐라해도 명절이 대목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많이 찾는다. 제수용품을 한꺼번에 준비하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저렴한 가격으로 넉넉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전통시장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올여름 지속된 폭염과 가뭄 여파로 치솟은 물가에 놀란 주부들과 고객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다. 대신 국산의 절반 정도로 값싼 외국산 농수축산물로 수요가 몰려들었다. 이러다보니 차례상이 외국산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추석 전 마지막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제수용품을 마련하려는 인파로 넘쳐났다. 가장 북적인 수산물 코너에서 말린 국산 옥돔은 ㎏당(3~4마리 기준) 가격이 4만5000~5만원으로 작년 이맘때보다 소폭 올랐다. 이에 반해 외국산 옥돔은 ㎏당 2만원에 판매되면서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오징어나 동태도 외국산이 대부분을 차지한 상태다. 채소 코너에선 수급이 불안정한 강원도산 고랭지 배추가 포기당 1만~1만3000원, 무는 개당 3000원 안팎으로 급증하면서 찾는 발길도 뜸했다. 도라지와 고사리, 숙주나물도 같은 양을 기준으로 할 때 외국산이 국산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게 팔려나갔다. 외국산이 잘 나가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한우 역시 가격이 초강세로 이어지면서 외국산 쇠고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제주시 한 대형매장에서는 산적용 한우(우둔·설도)가 100g에 7000원, 국거리용 양지는 7900원에 판매중이다. 바로 옆 진열대에는 호주산 쇠고기(홍두깨살)가 100g에 2380원, 갈비는 2780원에 판매되면서 호주산 쇠고기 판매량이 한우의 3~4배에 이르고 있다. 올해 추석은 폭염과 가뭄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씁쓸함이 교차한다. 대목을 한껏 기대했던 전통시장은 크게 오른 물가 때문에 상인들의 시름을 키웠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영향도 적잖이 작용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게다가 가격이 저렴한 외국산으로 제수용품을 장만하면서 온전한 신토불이 재료로 차례상을 기대할 수 없는 착잡함도 서린다. 어쨌든 들썩인 물가가 즐거운 추석절에 찬물을 끼얹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안타깝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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