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백록담
[백록담]멍석은 깔려지고 있는데… 왜 미적미적 거릴까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입력 : 2016. 08.22. 00:00:00
올들어 8월14일 기준으로 제주를 찾은 중국관광객이 195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추세라면 300만명 전후의 유커들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 변수가 없는 전제하에서다.

시간을 거슬러보자, 5년 전으로.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제주를 찾은 중국관광객은 57만여명. 이후 중국 인바운드시장(중국인들의 제주여행)은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2012년 108만명에서 2013년 181만명, 2014년 285만명으로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지난해 별일이 생겼다. 223만명으로 전년대비 22%가 줄어든 것.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 영향때문이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한마디로 제주관광시장이 변수에 취약함을 반증하고 있다.

2015년 5~6월 메르스사태로 제주관광업계가 "죽겠다"고 난리를 쳤다.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기자 '외래시장 붕괴, 제주관광 위기' 라는 극단적인 표현이 난무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피 마르는 고통을 겪었던 제주관광업계가 또 한번 바들바들거리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정부에 반발하면서 관광시장으로 불똥이 튈 조짐이 보이는 것. 지금의 제주 관광시장 입장에선 그 걱정을 해소할 능력이 없다. 그저 중국대륙이 어찌할지 촉각을 세울 수밖에.

2년전 기자가 취재차 중국현지를 방문한적 있다. 중국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관광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다. 그의 발언 요지는 '제주의 가치를 지켜라'는 것이다. "당장 관광객이 좀 적게 오면 어떠냐, 온 손님들 제대로 대접해 또다시 오게끔 하라"고 강조했다.

최근 제주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어린자녀와 나이 든 부모를 동반한 젊은 중국인 부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거의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단체일변도였던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시장도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이런 모습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의 2016년 상반기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해외여행에 나선 중국인들은 5900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고작 4.3%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 이유를 놓고 중국 국가여유국은 이렇게 해석했다. "중국인들의 해외관광이 서서히 양질로 전환되고 있다. 중상위 소득계층의 유커들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우수한 관광서비스를 즐기고 싶어하고 있다"고.

이젠 답이 나오지 않았을까. 모두가 강조했던 그것이다. 양적 팽창을 지양하고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한다는 것, 바로 단체 중심의 제주관광시장을 하루속히 개별관광시장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사실 '개별관광' 지적은 새삼스러운게 아니다. 10여년전부터 업계와 전문가, 행정 모두 공감했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제주관광이 이를 게을리 한것은 현재의 상황에 만족했기 때문일게다. 이를 달리말하면 위기감의 결여다. "뭐 지금도 잘 오는데~." 다른지자체가 부러워하고 질투할 정도로 폭증하는 중국관광객들의 제주행은 '제주관광 미래' 측면에선 함정이 됐다고 볼수 있겠다.

개별관광에 대한 공감대가 축적되고 있고 외래공급시장의 '판'도 이젠 단체보단 개별로 서서히 변모중이다. 지방정부의 모든 관광정책과 일선업계의 시선도 '개별관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게 이젠 거스를수 없는 진리다.

진부하지만 교과서적인 결론을 내보겠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고. 돌발변수가 발생하더라도 끄덕없는 맷집 좋은 제주관광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성훈 뉴미디어부장>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