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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88) 제주시 한림읍 옹포리
항아리 닮은 지형에 사계절 풍부한 수량 옹포천 품다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6. 05.31. 00:00:00

건천이 대부분인 제주에서 방대한 수량으로 작은 강의 느낌을 주는 옹포천(위)과 노인회관 옥상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바라본 마을 전경(아래).

포구 중심 어로활동 마을서 빌레왓 복토로 토지 일궈
바나듐 성분 함유 최고의 물로 향토기업서 소주 생산
협재해수욕장 개장 시기 비좁은 일주도로로 불편 커



비양도 부근 바다에 해가 떨어지는 모습을 옹포리에서 바라보는 것은 감동 이상이다. 가마 속에서 달구어지는 옹기 빛깔처럼 뜨겁다. 옹포리는 지형이 항아리를 닮았다. 자연적 특징은 오히려 항아리에 담을 물의 소중한 가치를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이 좋기로 제주의 3대 수원지 중 으뜸이다. 사계절 풍부하게 솟아나는 맑은 물의 진가를 눈여겨 확인하고 이를 최고의 부가가치로 만드는 작업을 한 곳은 한라산소주다. 현재웅 한라산소주 대표에게 30년 전 옹포리로 공장을 옮기게 된 이유를 물었다. "제주 최고 품질의 물을 찾아서입니다. 옹포리에서 솟아나는 물에는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당시 과학적인 검증으로 확인한 것이지요. 특히 '바나듐' 성분이 많다는 가치에 주목하였습니다. 바나듐은 21세기 기적의 물질이라고 불리는 희귀 미네랄 원소라고 합니다. 인체 대사활동에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 당뇨 혈당을 낮추고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옹포리 물의 진가는 주민들 못지않게 이를 활용하는 기업에게 듣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비양도의 낙조를 가장 화려하고 눈부시게 감상할 수 있는 옹포 해안.

역사적으로 옹포리는 물의 가치보다 포구로서의 가치가 높았다. 1271년 삼별초군이 명월포로 들어왔다는 기록은 현재 옹포리 포구를 의미하고, 부근에 하나 뿐인 포구라는 뜻으로 옛 지명을 '독개'라고 불렀다. 박한철(75) 노인회장은 "원래 이 마을은 포구를 중심으로 어로활동과 해녀들의 물질을 수입원으로 삼고 살아왔지요. 농사도 지었지만 암반이 많아서 소출을 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애향심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라 외지에 나가 돈을 벌면 고향에 보냈습니다. 그 돈을 가지고 조상들이 물려준 빌레왓(암반이 많은 밭) 위에 흙들을 사다가 복토를 했지요.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이후까지 독한 마음먹고 빌레왓을 금빌레로 만들겠다는 열풍이 불었습니다. 다른 마을보다 더 좋은 밭을 가지고 말겠다는 마을공동체의 오기였다고 할 수 있지요. 지금은 후손들이 '금빌레'로 바뀐 밭에서 농사를 지어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마을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습니다"며 옹포리 사람들의 역사를 전했다. 살길을 찾아 고향을 뜨게 된 한스러움이 척박한 토지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는 흙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돌투성이 밭에 복토하는 비용으로 썼다는 눈물겨운 역사. 노인회장의 눈시울이 뜨겁다.

박형진 이장.

625가구에 1436명이 살고 있는 옹포리 박형진(53) 이장이 밝히는 당면과제는 이렇다. "일주도로가 비좁아 관광 성수기에는 교통난으로 마을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옹포사거리 같은 기형도로는 없을 것입니다. 4차선도로 2개가 기존 일주도로와 마을 입구에서 만나 2차선으로 좁아집니다. 교통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르는 골치아픈 형국을 방치하는 행정에 주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협재해수욕장 개장 시기에는 마을 중심도로가 주차장으로 바뀐 느낌이지요. 이런 피해를 뻔히 알고 있는 당국에서 신설도로에만 신경이 가있고 기존도로 확장을 통한 주민불편 해소에는 외면으로 일관하는 것 아닙니까?" 확장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계획은 있지만 15년 넘게 세월만 보내다 보니 재산권 행사는 물론 일주도로에 새롭게 집을 지으려 해도 건축물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 지 엄두를 못내는 실정이었다. 근시안적인 도로 정책이 얼마나 큰 난맥상을 가지고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게 되는 지 옹포리에 가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화산섬이라고 하는 제주의 특성 중 하나는 대부분의 하천이 건천이라는 점이다. 그에 비하면 옹포리는 풍부한 수량을 가진 옹포천이 있어서 경관자원으로도 가치가 엄청나다. 이를 개발해 관광자원화 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었다. 아직 완공은 되지 않았지만 옹포천을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산책하며 힐링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상한 것은 제주의 하천이라기보다는 어느 대도시 하천 정비 모습을 그대로 베껴온 것 같다. 특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한심한 모습. 지

4차선 두 개, 2차선 하나 등 열 개의 차선과 만나는 옹포리 2차선 도로.

역주민들과 함께 옛 모습이 지닌 장점을 살리기 위한 고민없이 육지 사례를 적용하기 바빴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 옹포천과 관련하여 양형수(53) 개발위원의 비전 제시가 놀라웠다. "우리 어린 시절만 해도 옹포천에서 장어와 미꾸라지를 잡았습니다. 경관을 아름답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질이 좋고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하천과 접하여 마을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장어와 미꾸라지 양식장을 만든다면 이를 바로 요리해서 판매할 수 있는 사업이 가능한 것 아닙니까?" 마을회가 복지사업을 하고 싶어도 예산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노력으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옹포천 활용 방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하고 정책적으로 뒷받침 해달라는 주장이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고 관광정책을 짜려는 노력없이 미관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이런 서러움이 발생되는 것이리라. 이 정도 풍부한 수량이면 바나듐 풀장으로 마을소득사업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인데.

옹포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옹포 물의 진가를 보여주는 한라산소주 공장.

옹포리의 가장 대중적인 자원은 사계절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위치적 강점이다. 비양도가 있어서다. 마을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장한다. 마을 이름 자체에 포구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닷가 해산물을 가지고 규모 있는 판매점을 만든다면 후손들에게 옹포리마을회가 주는 복지와 장학혜택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 어르신들은 소망한다. 2900평 가까운 마을 부지가 공원지구로 묶여 있어서 아파트를 짓지 못하고 있으니 마을회가 나서서 해결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도시에 나가있는 자녀들에게 고향에 와서 같이 살자고 할 수 있으니. 소박하면서도 근본적인 옹포리의 꿈을 누가 막고 있나?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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