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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86)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도너미·어도·봉성리로 바뀌어도 아홉개 오름 넉넉함 그대로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6. 05.17. 00:00:00

어도오름에 해가 걸리는 무렵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한라산 풍경(위)과 지대가 높은 경작지에서 바라본 어도오름과 마을 전경(아래).

제주4·3 이전까지 11개 자연마을을 거느렸던 대촌
새별오름 기반시설 1년에 한번 들불축제 활용 그쳐
6만평 부지 임대 꽃밭 만들기 프로젝트 행정 무관심



들불축제로 유명한 새별오름에 올라 지도를 펼치면 참으로 웅장한 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라산 서북쪽 해발 1000m 부근 노로오름과 삼형제 오름 사이에서 시작하여 무려 9개의 오름을 거느리며 구부러진 형태로 내려와 어도오름 지경에서 멈추는 방대한 면적을 자랑하는 마을. 오름 지경으로 보면 노로오름, 한개오름, 폭낭오름, 북돋아진오름, 궤미오름, 새별오름, 이달오름, 어도오름으로 이어진다. 지적도로 본 면적이 3258ha에 달한다. 4·3 이전까지 11개의 자연마을을 거느린 대촌이었다. 소개령으로 불타고서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가 다시 돌아와 복구하여 이룩한 구몰동, 신명동, 중화동, 서성동, 동개동, 화전동 6개 마을이 합쳐져서 봉성리를 이룬다. 홍승화(73) 노인회장이 전하는 설촌의 역사는 이렇다. "조상들이 이 지역을 부르는 이름이 '도너미'였어요. 그러다가 조선 말엽 고종33년 1895년에 어도리로 개명하여 58년을 불러오다가 1953년 봉성리로 개명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어도오름이 봉황의 형상이라 해서 그렇게 바꿨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봉성리로 개명을 해야 후손들 중에 인물이 많이 난다고 해서 바꿨다는 설도 있습니다만 봉성리로 바꾼 이후에 우리 마을에서 출중한 인물이 많이 배출된 것은 사실이니 미신이라고 보기에는 어딘가 신기한 면이 있지요." 후손이 잘되기를 바라면서 마을 명칭까지 바꿨던 일은 봉성리의 교육열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400여 가구에 13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전형적인 중산간 마을. 감귤과 보리, 양배추 등이 많이 재배된다. 트랙터, 경운기, 트럭과 같은 농기계 보유 대수가 175대라고 하는 것은 농가마다 넓은 경지 면적에 기계화 영농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대헌 이장

강대헌(56) 이장이 밝히는 마을 숙원 사업과 당면 과제들은 마을회 차원에서 농외소득을 이끌어내는 것에 주안점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렇다. "새별오름 들불축제에 필요한 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습니다. 이를 반짝 행사용으로 1년에 한 번 사용하고 활용이 되지 않으니 봉성리마을회 차원에서 200평 정도의 공간에 식당을 겸한 휴게시설을 만들어서 새별오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따르는 판매 수익으로 새별오름 주변 관리를 마을주민들이 담당한다면 좋겠다고 행정기관에 줄기차게 건의를 해도 묵묵부답입니다. 안타깝기도 하고 울화가 치밀기도 하는 이유는 마을주민들이 이러한 새별오름 관광자원화 주체로 나서기 위해 인근 부지 6만평을 임대하여 4계절 다른 꽃이 피는 꽃밭만들기 프로젝트를 준비하였습니다. 새별오름 등산 및 트레킹과 방대한 면적을 자랑하는 꽃밭에서 관광객들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실천전략을 대부분 짜두고 있어도 행정이 움직이지 않으니 마을주민들이 속이 타는 것입니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니냐고 따지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혹시 새별오름이 제주시청 소속 오름으로 행정적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닐까? 들불축제라고 하는 1회성 행사를 위해 봉성리 주민들이 마을회 사업을 가로막는 이유를 소상하게 밝혀줘야 한다. 엄밀하게 새별오름은 조상 대대로 봉성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자갈 많은 밭과 어도오름 풍경.

마을공동체가 나서서 이를 활용하여 공익적 가치를 증대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행정당국은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온당하다. 행정이 위에서 군림하는 자세를 지니고 있지 않고서야 이런 불이익을 주민들에게 줄 수는 없는 것. 새별오름은 들불축제만을 위한 소품이 아니다. 봉성리 자연의 일부일 뿐. 올해 내로 마을 주민들이 임대한 6만평에 꽃씨를 뿌려 새별오름과 한 폭의 그림을 이루는 독특한 관광자원이 주민들의 자발성과 행정지원에 의해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강성립(62) 개발위원장의 주장은 이렇다. "마을 면적이 3000ha가 넘는 방대한 입지 여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여 관광업체들을 효율적으로 유치 할 수 있는 정책적 방향이 없다는 것이 서글픈 현실입니다. 유입 인구가 많아야 학교도 살고, 지역경제도 살게 되는 것이 분명한 사실임에도 농사에만 의존해서 살게끔 묶어놓으려는 것은 아닌 지 의심이 됩니다.

마을회에서 사계절 관광자원으로 관리하고 휴게기능 사업을 원하는 새별오름.

관광과 접목시킨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하여 수익을 내야 태양광 발전시설 같은 시설을 해서 주민들이 무료 전기로 농사도 짓고, 관정도 운영하면서 농업소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마을공동체 사업이 왜 필요한 것인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밝혀주었다. 자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면적을 가진 봉성리 입장에서는 분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길영희(57) 전 부녀회장은 "부녀회원들이 복지와 문화 향유를 위한 시설이 가장 필요합니다. 농촌여성들이 도시 여성들보다 더 여가생활을 풍요롭게 누리게 될 때, 도시에 나가 있는 봉성리 출신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귀농인구가 봉성리에 앞 다퉈 들어와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 아닙니까? 부녀회복지회관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했다. 본질적으로는 자녀들의 어머니가 문화적인 혜택을 도시 여성들보다 더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방향이 농촌의 미래를 위해서 더욱 필요한 정책적 방향이라는 주장은 참으로 일리가 있었다.

민들과 출향인사들의 합심으로 이룩한 마을 결속력의 상징 종합복지회관.

아홉 개의 오름과 넓은 경지면적, 풍부한 임야를 가진 봉성리가 조금 더 행정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다면 제주의 으뜸 마을로 발전 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알맞게 배치된 농로를 따라 농업경관을 즐기는 탐방로 코스가 개설되어 있음에도 활성화 되지 못하는 것은 새별오름을 정점으로 하는 식당과 휴게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행정이 길을 열어줘야 한다. 걸림돌이 된다면 책임은 누가 져야하는가?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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