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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2) 제1부 위기의 생태계
천연보호구역 50주년… 한라산 온전성 유지 보전관리 핵심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입력 : 2016. 03.07. 00:00:00

한라산 오름 군락. 한라산은 1966년 10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82호)으로 지정됐다. 이어 1970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됨으로써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호를 받도록 했다. 한라일보DB

① 천연보호구역·국립공원 지정


4·3의 소용돌이가 잠잠해지자 국내의 많은 내로라하는 학자들은 앞다퉈 연구테마로 한라산을 주목하고 있었다. 일제때 일찍이 한라산을 자원의 보고로 알아차린 일본인들이 식물 등 다양한 분야의 논문을 잇따라 발표한 터여서 광복 후 학문적 욕구의 대상이 한라산이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국내식물학계 제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인 박만규 박사는 국립과학관장으로 재직하던 1962년 제주도 식물조사단 단장으로 입도한다. 조사단에는 제주출신 '한라산 박사' 부종휴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 때 왕벚나무 자생지가 수악 서남쪽에서 발견됐다. 박만규 단장과 부종휴는 이 때 "한라산의 자연림을 잘 보호하여 국립공원화하자"는데 의기투합한다.

1966년 천연보호구역·1970년 국립공원 지정 보호 제도화
생물권·세계유산·지질공원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 공인


제주도의 동식물상과 지질을 망라한 최초의 한라산종합학술조사는 이로부터 2년 후인 1964년에 대대적으로 실시됐다. 이 조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보고서가 계기가 됐다. 1963년 11월 IUCN의 공원설계 전문가인 윌리암 하트씨가 한국에 와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돌아간 뒤 '보호를 위해 적당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지역으로서 한라산을 지목하고 그에 대한 검토를 권유'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한라산이 국립공원 후보지로 부각되고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학술조사가 착수되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를 계기로 문화재관리국은 1964년 2월과 3월에 문화재위원회 분과위원회 회의를 열어 한라산 등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종합학술조사계획을 세우고 기초자료를 얻기 위한 현지 예비답사를 실시할 것을 결의했다. 4월에는 IUCN의 산하기관인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인 로버트 씨크가 국제협력차 내한해 천연보호구역 지정 절차에 관해 논의한다. 10월에는 분과위 박만규 위원을 한라산 조사책임자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조사일정을 확정지었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학술조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학술조사는 지질과 동물, 식물분야에 걸친 최초의 종합조사였다. 참가인원도 56명에 달했다. 조사단의 면면만 보더라도 식물분야의 경우 박만규 단장을 비롯해 이영노, 임기흥, 오덕봉, 이우철, 그리고 제주출신으로는 부종휴가 포진했다. 동물분야에도 원병오, 조복성 등 당대 최고 실력자들이 두루 망라됐다. 학술조사는 1964년 11월 5일부터 20일까지 실시됐다. 학술조사의 목적은 한라산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훗날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기초단계인 한라산 자원조사와 더불어 획선 결정에 있었다.

한라산이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82호)으로 지정된 것은 학술조사후 2년이 지난 1966년 10월 12일이다. 이같은 조치는 장차 한라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에 앞서 천연자원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면적은 백록담을 중심으로 횡단도로~논고악~영실~어승생~산천단 일원 91.654㎢.

한라산 종합학술조사보고서는 1968년 '한라산과 홍도'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특히 이 조사보고서에는 한라산 자생식물을 1782종으로 공식 언급했다. 이전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한라산 자생식물은 이덕봉이 '제주도식물상'(1957년)에 언급한 1465종이었음에 비추어 무려 300여종이 추가된 것이다. 여기에는 제주출신의 부종휴의 공이 컸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천연보호구역 지정 4년 후인 1970년 3월이다. 이때 설악산과 속리산도 함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면적은 천연보호구역을 포함해 153㎢. 제주도 전체 면적의 8%를 조금 넘는 규모다. 이로써 한라산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호를 받도록 제도화됐다. 이후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 대표명소 인증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의 지위를 얻게 됨으로써 세계인의 보물로 위상을 굳건히 하게 됐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강경민·김지은·김희동천·채해원·강경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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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종합진단·처방 직면


2016년 올해는 한라산이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 기간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대표명소 인증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은 물론 다수의 람사르습지 등 국제보호지역으로 공인을 받는 등 한라산의 위상과 브랜드는 크게 변화해 왔다.

한라산은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삶을 유지해온 제주인의 정서와 삶이 녹아 있으며 다양한 설화, 전설들이 얽혀 있어 제주인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제주인들은 한라산이 곧 제주이고 제주가 곧 한라산이라고 믿어왔다.

한라산체는 약 30만∼20만년전에 시작된 수중분출을 시작으로 약 2500년전의 마지막 분출로 이루어진 순상화산체의 전형적 양상을 보여준다. 한라산의 중심분출의 특성과 주변에 산재하는 수많은 기생화산의 화산활동은 전형적인 화산지형의 발달사를 간직하고 있다. 정상에 화구호인 백록담과 영실기암의 주상절리, 조면암돔, 용암대지 등 다양한 화산학적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독특한 식물상과 어울려 빼어난 경관을 구성하고 있다.

생태계 관리·탐방로·이용객 분산
조사연구 체계 등 특단 대책 절실



주북극 고산식물로서 빙하기 유존종과 다양한 특산종의 분포지로서도 특징적이다.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은 세계 최대규모의 구상나무숲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라산은 위기와 시련을 겪고 있기도 하다. 기후변화와 과도한 이용, 관리 부실로 생채기를 하고 있다. 구상나무림이 급속한 쇠퇴로 멸종위기로 내몰리고 있고 제주조릿대가 한라산 전역을 뒤덮으면서 아고산 특유의 생물종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 제주의 소나무림에 치명타를 주고 있는 재선충병은 한라산 인근까지 접근해 초비상이 걸려 있다. 한해 탐방객 100만명이 넘는 명소이지만 특정 탐방로 집중현상으로 대체 탐방로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한라산은 생태계 관리, 대안 탐방로, 쓰레기 처리, 탐방객 조절, 한층 강화된 조사연구 체계 구축 등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에 직면했다. 한라산국립공원은 올해 천연보호구역 50주년을 맞아 한라산 보호 100년 플랜을 설계한다. 제주도 당국은 지속가능한 한라산의 보존 관리를 위해 특단의 종합대책을 강구중이다.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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