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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73)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1리
노동의 소중한 가치 골수 가득 지니며 사는 하례1리 마을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6. 01.19. 00:00:00

황개해변에서 바라본 눈부신 바다와 멀리 지귀도(위), 마을회관 옥상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바라본 마을 전경(아래).

고려 충렬왕 제주 14현으로 나눌 때 호촌현(狐村縣) 등장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개소'·'남매소' 풍광 일품
故 김윤수 선생, 일본서 감귤 묘목 반입 제주 첫 감귤 농사
환경부 '생태관광마을' 지정… 주민소득 연결 위해 노력







마을 상징보호수인 소귀나무처럼 풍성한 마을이다. 귀한 열매가 주렁주렁 하고, 이 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마을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온통 감귤밭에다가 냇가를 따라서 늘어선 상록수들이 겨울이 없는 마을처럼 느껴진다. 동쪽 신례천, 서쪽 효돈천 두 개의 하천 사이에 위치한 마을이다. 남쪽은 바닷가와 닿아 있으니 어촌의 면모 또한 가지고 있다.

해안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쇠소깍에서 시작하여 우금포를 지나 황개, 마장포(강장포)로 이어지면서 사시사철 살아있는 물이 솟아나서 바다로 흐르는 '산이물'에 도달한다.

절경 해변에서 멀리 보이는 하례1리 지번이라는 지귀도의 운치야 야릇한 감성을 불러낸다. 냇가를 경계로 하고 있으니 인접한 마을과 공유하는 자연자원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효돈천(지역주민들은 효례천이라고 함)의 '개소'와 '남내소' 풍광은 일품이다.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로 인정받은 생태의 보고.

좌우 하천에서 식수를 쉽게 공급 받을 수 있고, 바닷가와 인접하여 해산물을 채취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에다 한라산 남쪽에서 비옥하기로 으뜸인 토질까지 겸비하였으니 사람이 살기 시작한 시기는 마을 안 고인돌에게 물어보면 소상하게 말해줄 듯하다. 역사 기록에 등장하는 모습은 고려 충렬왕 26년(1300년) 14현으로 제주를 나눌 때, 호촌현(狐村縣)이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오지리 등으로 불리워 오다가 1875년경에 하례촌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하례리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다가 1965년 하례1리와 하례2리로 구분되어 오늘에 이른다.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망장포는 섬 제주의 포구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쇠소깍 동쪽 호촌봉(예촌망)은 하례1리와 바닷가 사이에서 경계를 이루는 형세다. 측화산으로 꼭대기에는 넓고 평평한 구릉지대가 있으며 동서로 2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원추형 돔 화산체이다. 해안 경비에 용이한 위치적 특성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봉수를 설치하여 해안 방어에 일익을 담당했었다.

하례1리가 보유한 자원 중에 강장포는 문화재적인 가치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섬 제주에 남아 있는 포구 중에 강장포 만큼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은 드물다. 몽고 지배 당시부터 이 포구를 통하여 세금으로 거둬들인 물자와 말 등 진상품을 실어 나르던 상황에서 연유한 이름이다. 하례 바닷가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선인들이 그물을 많이 퍼서 고기를 잡았기에 강장포라 불렀고, 왜적을 후망하는 포구라는 의미에서 망장포라 불리웠다고도 한다.

김태수(82) 노인회장이 밝히는 하례1리 사람들의 성품은 이렇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입니다. 대대로 놀고먹는 사람이 없어요. 무슨 일이든 합니다" 노동의 소중한 가치를 골수 가득 지니고 사는 사람들의 마을이라고 했다. 진취적이기도 하다. "제주에서 감귤 농사를 가장 먼저 한 곳입니다. 고 김윤수 선생이 일본에서 감귤 묘목을 들여와 밭에 심고 가꾸기 시작했으니까"



김동일 이장

김동일(53) 이장이 밝히는 마을 수원사업의 중심에는 작년에 환경부로부터 지정 받은 '생태관광마을'의 부가가치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주민소득과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었다. "걸서악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제주에서 으뜸일 것입니다. 한라산에서부터 바다에 떠있는 섬들에 이르는 절경은 시야를 행복하게 합니다. 여기에 전망대를 조성하기 위하여 동분서주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마을만들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2014년 색깔있는 마을로 선정, 2015년 자립마을 육성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탐방객 유입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보유하고 있는 경관자원 알리기가 우선이라는 것이었다.

2개의 생태하천 사이에 끼인 마을이다 보니 '마을 발전에 불이익이 없느냐?'는 질문에 현경진(43) 새마을 지도자는 정반대라고 했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후손들이 누릴 수 있도록 했습니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부가가치 생태체험관광으로 농외소득 기반을 형성 할 수 있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지요. 조상 대대로 가꿔온 마을 자원을 생태프로그램을 통하여 사업성 있는 마을공동체 자산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기백이 대단했다. 감귤소득에서 오는 여유가 한 차원 높은 마을 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있었다.



마을 상징 보호수 소귀나무가 초록 신비감을 뿜어낸다.

박재선(51) 부녀회장은 의욕이 대단하다. "마을공동체가 갖취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밀려드는 탐방객이 그냥 스쳐가는 것이 아니라 숙박을 하면서 우리 마을이 지닌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부녀회 차원에서 함께 노력 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위하여 다양한 장비와 시설이 필요합니다" 행정기관에서 생태관광을 위한 여러 가지 부추김(?)에 상응하는 현실화 전략을 위해 지원이 미미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관에서 지정만 해준 것도 고맙게 생각하라는 것일까? 생태관광마을 지정을 했으면 그런 모습을 유지하고도 마을공동체가 더 큰 활력이 넘치도록 예산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 산이물과 같은 해변 용천수자원 풀장 만들기 사업은 지속적으로 주민들이 가져온 꿈이었다.



쇠소깍 냇가 오른쪽이 하례1리 지경이다.

독특한 마을회 직책이 있었다. 새마을문고 회장 강금순(57). 산남 최고의 도서관을 보유하고 싶다는 꿈은 마을주민들의 교육열에서 왔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인생의 가치가 마을공동체에 혈류처럼 흐르는 인간미 넘치는 마을이다.

이색적인 관광지, 명승지 중심으로 제주를 바라보는 습관은 다분히 상업적이다. 탓할 것은 못되지만 깊이 뿌리내리기에는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하례1리는 깊게 뿌리내릴 생태관광 나무를 심었다. 열매가 크고 맛이 좋을 것이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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