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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47)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자연이 살아있고 물이 맑아 주민 심성이 순박한 마을
입력 : 2015. 07.07. 00:00:00

마을회관 옥상에서 저지오름 방향으로 바라본 전경(위)과 반딧불이의 천국인 청수곶자왈(아래).

350년전 설촌 추정… 1930년대 인구 1500여명에 달해
가마오름은 마을 상징 일제시대 강제노역 고초 현장
주민 의식도 선진적… 각종 공동체사업 조직적 운영
승마체험학교 등 노력으로 대한민국농어촌마을 ‘대상’



이 여름, 청수리 곶자왈에서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들의 환상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면 참으로 자연이 살아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맑은 물 마을' 청수리는 섬 제주의 서부 중산간 비옥한 토양을 찾아들어온 사람들에 의해 삶의 역사가 이룩된 곳이다. 마을이 형성된 시기는 약 350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봉천수를 음용수로 사용하며 목축, 수렵, 농경으로 생활해 온 사람들의 땅. 물 이름이 너무 순박하여 그 물을 떠다 먹던 사람들의 심성이 느껴지는 듯 하다. 곱은덴밭물, 돗죽은물, 헉게물, 동산알물, 검부낭치물, 냇골물 등등.

동북쪽으로 저지리, 남쪽으로는 낙천리, 남쪽은 산양리와 인접한다. 4·3 이전이라고 할 수 있는 1930년대 인구가 1538명(225가구)이었다는 기록으로 볼 때 엄청나게 큰 마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의 모습은 청수 본동에 캐왓동네, 웃동네, 알동네, 도가집동네. 자연마을로 지거흘, 너버흘, 빌레왓을 청수1구. 청수2구는 연화동, 수륭동, 월광동, 자륭동, 따리왓동이 있었다. 그 아름답던 마을들이 소개령으로 불타고 주민들은 해변마을로 내려가 살다가 다시 돌아와 복구하여 살기 시작하였다. 1956년 7월에 한림면이 한림읍과 한경면으로 나눠지면서 청수1구는 청수리로, 청수2구는 산양리로 분리되었다고 한다.

녹색자연과 어울려 아름다운 건축미를 보여주는 고산성당 청수공소,

강우남(67) 개발위원장이 설명하는 청수리의 위치적 특성은 가마오름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가마오름 정상에서는 섬 제주의 서쪽 부분 전체를 바라 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태평양전쟁에서 중요한 지하군사 시설을 가마오름을 택하여 만든 것이라고 했다. 지역 주민들이 강제노역에 끌려가서 땅굴을 파고 전쟁 준비에 동원되었던 역사를 박물관을 만들어서 후손들에게 보여주게 되는 연유도 이런 지리적 조건에서 연유하였다는 뜻이었다.

의식 수준이 높은 농민들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온 마을로 유명하다. 마을 결속력이 이를 뒷받침하면서 각종 공동체 사업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미 2007년에 녹색농촌마을을 표방하여 체험농장과 공동재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한 '청수7체험마을'사업과 청수물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서 말고기 음식체험, 마(馬)제품 가공 판매를 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 부녀회원들이 모여 '착한먹거리사업'에 뛰어들어 야생화를 채취하여 압화 공예체험, 야생초 장아찌 생산과 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독특한 조직적 대응이 있었다. 향우회원과 주민들이 힘을 모아 웃뜨르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청수승마체험학교를 체험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성과가 말해주는 마을공동체의 모습은 눈부시다. 청수 곶자왈 내에 야생초를 이용한 착한 먹거리 사업은 '제주형지역공동체사업'으로 선정되어 관련 업체와 협약을 맺어서 농산물 판매 유통망을 구축했다. 이러한 마을 부존자원을 활용하여 마을공동체 발전에 나서려는 노력을 인정받아 2012년 대한민국농어촌마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마을단위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훈 이장

김성훈(65) 이장이 지닌 각오는 대단했다.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농어촌체험·휴양마을 사업자로 지정되었습니다.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휴양형 농촌마을로 발전해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고 지원해 줘야 할 행정은 엇박자를 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웃뜨르 권역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청수 곶자왈과 같은 곳을 휴양림 등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지목을 목장지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상향시켜버렸기 때문에 난감한 지경입니다." 물론 곶자왈 지역 청수리 목장이 개인들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요인도 있지만 권역사업을 통한 마을 만들기 발전 의지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곶자왈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1등급으로 묶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매입하여 휴양림으로 만들어 준다면 권역사업의 지속성과 연동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강봉군(43) 청년회장이 느끼는 권역사업에 대한 불신은 좌절감에 가까웠다. "이런 저런 시설과 조직을 구축하면 뭐합니까? 지속적인 수익모델과 결합 할 수 없게 된 현실이 바로 청수 곶자왈 활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데." 7년 넘게 열정적으로 권역사업에 마을공동체가 달려든 것은 청수 곶자왈 활용이 가져올 부가가치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이 막막한 지금 마을공동체의 임원들이 걱정하는 것은 시설들에 대한 보수비용 마련이라고 한다. 만드는 비용을 지원했지 유지비용은 벌어서 감당하게 된 구조가 권역사업이기 때문.

마을 진입로에 설치된 체험마을 캐릭터.

지금 세대, 청수리 주민들이 추구하는 마을 비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농촌마을 건설'이다. 작은 목표에서부터 큰 목표까지 단계적으로 실현시키고자 땀을 흘리고 있다. 목표는 간명하다. 새로운 유형의 농촌 모델 창출로 최강의 6차산업 거점 마을이 되는 것. 함께 고민해 줄 정책 책임자는 없는 것일까? 정해진 법을 적용만 하는 것이 행정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관청을 차지하고 있는 한 청수리의 좌절은 오랜 고통을 제공할 것이다. 권역사업 기간 동안 관료 사회는 주민들에게 자생력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였다. 이에 대답하는 실천을 보이기 위해 자신의 밭보다 마을 공동체의 일에 시간을 더 쏟았다. 많은 자생력을 보여줘야 하겠기에.

평화박물관으로 이름 지은 가마오름 일본군 동굴진지.

마을공동체 사업에 희망을 심고 가꿨다는 청수리 주민들. 각종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여 환경보전 의지가 심하게(?) 높다. 청수 곶자왈을 휴양림으로 만들어도 자발적 유지 관리가 가능할 정도로.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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