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팟캐스트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44)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맑은 기운이 감돌고 격이 높은 풍류가 깃들어 있는 곳
입력 : 2015. 06.16. 00:00:00

산방산 서쪽 수려한 경관과 함께 그림처럼 펼쳐진 마을전경(위)과 단산에서 바다방향으로 바라본 전경(아래).

깨끗한 모래와 푸른물, 묘한 정기와 절경에 두 눈이 호강
지질학적 탐구가치 높아… 제주어는 정감 넘치는 깊은 맛
관광분야 발전 빨라 … 주민들 '종합체육관' 건설에 매진

명사벽계(明沙碧溪)는 깨끗한 모래와 푸른물 바로 사계(沙溪)리를 일컬어 부족함이 없다. 참으로 맑은 기운이 감도는 마을이다. 아침에 일어나 마을 안길에서부터 바닷가까지 산책을 하다보면 묘한 정기가 감싸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숙박시설이 많은가? 몸이 말을 하는 것. '산과 바다 그리고 밭흙이 황금비율을 이루며 뿜어내는 그 무엇이 있는 곳'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듯.



1702년, 섬 제주의 모습을 그린 탐라순력도에 산방산이 등장한다. 산방배작(山房盃酌)이라는 이름으로. 술은 산방산에서 시원스런 절경을 내려다보며 마셔야 으뜸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풍광에 취했으니 술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마는. 스토리텔링으로 격이 높은 풍류가 서려있다. 그 산방배작에 표기된 흑로포(黑路浦)는 '검은질개'의 한자표기다. 이 포구를 중심으로 반농반어촌의 모습으로 번창을 거듭하여온 마을. 주민들의 관광마인드가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안덕면 서남부쪽에 위치한 마을로서 동쪽으로는 산방산, 북쪽으로는 단산 그리고 남쪽으로는 형제섬과 송악산, 가파도가 있고, 서쪽으로는 대정읍 상모리(산이수동)와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2.7㎞ 해안가를 따라 취락이 형성되며 용머리, 산방산 및 형제섬 등 천연관광 자원을 갖춘 곳으로 관광과 농어업이 골고루 발전하고 있는 마을이다. 대전동, 송죽동, 용해동 신항동 크게 네 개의 동네가 모여서 사계리를 이루고 있다. 용머리에서부터 송악산에 이르는 해안가와 형제섬이 이뤄내는 조화야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풍광이다. 형제해안도로가 '한국의 100대 아름다운 길'로 선정 된 것에 불만이다. 세계10대 아름다운 길이라면 모를까.

용머리에서 형제섬, 가파도와 마라도가 들어오는 마을 전경.

풍광제일 사계리를 표방하며 만든 사계팔경으로 훑어보면 파노라마다. 산정망해(山頂望海) 산방굴사(山房屈寺) 용두단애(龍頭斷崖) 흑포잠녀(黑浦潛女) 백사만파(白沙萬波) 형제일출(兄弟日出) 향교노송(鄕校老松) 단산정보(簞山頂步)가 펼쳐진 사계리. 풍광 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 조상들이 풀어놓은 전설 에너지가 더욱 기름지다. 산방굴사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산방덕이의 눈물이라는 데에서부터 진시황의 보낸 지관이 잘라버렸다는 용의 잔등과 꼬리 이야기까지 전설의 보고이기도 하다. 지명에 남아있는 제주어의 깊은 맛을 음미하기에 좋은 마을이다. 얼쿠니동산, 웽이덕, 쿳남밭, 굴개낭목, 날쿰구석, 오로코미물, 납데기빌레여, 아세미물 등 정감 넘치는 모습을 찾아다니는 것도 사계리를 느끼는 방법 중에 하나다. 지질학적으로 보더라도 사계리는 엄청난 탐구 가치를 지닌 마을이다. 이미 지질트레일 코스가 개발되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김정두 이장

김정두(53) 이장이 밝히는 사계리의 당면 과제는 마을공동체 발전을 위한 실내체육관 마련이라고 했다. 주민 수가 2500명에 달하는 관계로 주민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수용해야 하는 절박한 입장에 놓여져 있다는 것이다. "잘사는 마을은 인심 좋은 곳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아닙니까? 경제적인 부유함 못지않게 주민들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실내체육관은 가장 중요한 복지시설이라는 관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압박이 등장하고 있는 사안이었다. 벌써 체육관 건립기금을 내놓은 주민들이 있다는 것. 자부담 마련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행정에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자구 노력을 보여주자는 취지라고 한다. 무작정 요구가 아니라 스스로 할 도리를 하면서 당당하게 요청하겠다는 사계리 주민들의 의지가 놀라웠다.

'사계8경'의 하나인 흑포잠녀.

이정화(50) 부녀회장이 밝히는 사계리의 꿈이 종합체육관 건설의 명분을 더해주고 있었다. "영화관 기능을 가진 공연장이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체육시설과 문화시설은 그 구조적인 방식이 다르지만 많은 사람이 운집 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광자원이 풍부하여 이미 민박과 펜션을 모두 합치면 숙박시설 객실 수가 1000실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이다. 숙박만을 놓고 볼 때, 500실 규모의 특급호텔 2개의 역할을 하는 마을이라는 것. 성수기에 사계리에서 1박이라도 하는 관광객 수가 짐작이 된다. 사람이 모여들면 뭐하나? 마을공동체가 어떤 행사라도 마련해서 사계리의 더 많은 것을 공유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었다. 다양한 용도를 가진 실내체육관 규모의 시설이 절실한 마을이다. 성과 위주의 행정이 타당성 조사에 시급하게 나서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사계리에서 민박하면 밤에 마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을 맞이하고 싶은 주민들의 꿈. 현실이 된다면 '꿈의 사계리 관광'이 될 것이다.

'한국의 100대 아름다운 길'을 끼고 있는 지질트레일 코스.

마을공동체가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가 있다면 주민 스스로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들을 개척하는 것이었다. 고구마 저장고로 쓰던 곳에 건물을 지어서 지오푸드점으로 지정 받아 음료와 함께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일. 고구마 종자를 저장하던 시설을 활용하여 다양한 체험활동까지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유명 관광지가 많다고는 하지만 마을공동체에 직접적인 혜택이 없었던 세월을 발전적으로 반성하면서 등장한 인식의 전환이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말하는 공통적인 안타까움이 있었다. 사계리 땅의 70% 이상이 이미 외지인들의 소유가 되었다는 것. 돈이 있으면 모두 땅을 사서 마을 소유로 남겨주고 싶다는 말씀들이 대부분이었다. 저들이 산 땅에 집을 짓고 들어와서 살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면 마을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이훈탁(38) 청년회 상임부회장이 밝히는 30년 뒤 사계리는 "모든 마을이 가장 부러워하는 마을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부러운데 더 부러우면 얼마나 부러울까.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