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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43)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9개의 오름이 호위하듯 펼쳐진 중산간 지역 보물마을
입력 : 2015. 06.09. 00:00:00

제주 서부지역 대부분을 바라볼 수 있는 금악오름 정상 분화구 속 연못(위)과 멀리 비양도가 보이는 금악리 전경(아래).

400년전 설촌당시 이름 ‘수류촌’…대대로 목축과 밭농사 지어
주변마을 잇는 교통 중심지 역할…마을주변 크고 작은 하천도 많아
도내 최대규모 축산마을 명성…분뇨냄새 등은 마을 골칫거리
돈육가공식품생산단지 기대감…패러글라이딩 등 관광분야 관심



섬 제주의 북서부 중산간에 위치한 큰 마을이다. 400여년 전 설촌 당시에 수류촌(水流村)이라 하였다. 갯거리 지역에 살다가 차츰 뱅디물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번창하기 시작하였다. 마을 중심에 있는 금오름의 형상이 거문고를 타는 여인의 형상처럼 보인다고 해서 금물악(琴勿岳)이라 부르다가 수류촌에서 분리했다. 그 후, 지금부터 150년 전쯤에 금악(今岳)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른다. 면적이 2869ha나 되는 금악리는 다른 마을과 겹치는 오름들을 포함하면 9개의 오름이 여왕봉이라고 할 수 있는 금악을 호위하듯 펼쳐져 있다. 정물오름, 누운오름, 세미오름, 문도지오름, 도너리오름 등 크고 작은 오름에서 흘러내린 물들을 멀리 바다로 흘려보내는 통로가 있다.

마을주변에는 크고 작은 하천이 있는데 거의가 건천이어서 큰 비가 내리면 일시에 물이 터져 흘러내리다가 조금 있으면 말라버리는 하천이다. 금악봉과 누운오름(와악, 臥岳) 사이에 있는 낮은지대 이곳저곳 웅덩이에서 고인물들이 흘러내려서 금악리와 명월리, 동명리를 거쳐서 乾南川(거남내)을 만들었고 마을 북쪽에 있는 건천은 신내와 가린내(2개로 나누어 한쪽은 고림동, 한쪽은 문수동)라고 부르며 마을 남쪽에 있는 크고 작은 건천을 황모 소리내, 마을 상동에서 흐르는 건천을 오자내, 정물오름 남쪽에서 흐르는 건천을 쇠통내라 부르고 있다. 특히 월림과 신평 곶자왈이 도너리 오름에서부터 뻗어내려 있다는 것은 금악이라는 곳이 자연적으로 얼마나 많은 마을과 잇닿아 있는 지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한 요인들이 교통의 요지로 부상하는 길을 터주고 있다. 자연을 따라 마을이 생기고 마을을 찾아 길이 뻗어가니 말이다.

1960년대 이시돌목장에 처음 도입된 테쉬폰(인부 숙소 등으로 사용) 건물.

대대로 목축과 밭농사를 함께 생업의 수단으로 삼아온 전통을 가지고 있다. 478세대에 12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는 마을. 금악 정상에 올라 분화구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내려다보면 이시돌목장의 개척정신을 이어 받은 축산마을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목장과 농장 축사들이 수 없이 펼쳐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니까. 양돈 농장만 65 곳에 이른다. 제주도 최대 규모의 양돈단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제주 돼지 5마리 중 한 마리는 금악리에서 자라고 있다. 20.4%다. 무려 13만 마리 정도가 금악리에서 먹고, 자고, 싼다. 당연하게 뒤따르는 돈분 악취 문제. 저감 대책을 위하여 양돈농가들이 노력하는 곳도 있지만 마을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주민 피해를 주는 양돈농가가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박준범 이장

박준범(47) 이장은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아니하고서 마을의 미래 전략을 짠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축산을 기반으로 하는 장점을 살려 당연하게 관광산업과 만나서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높여야 하겠는데 축산분뇨 냄새가 걸림돌이 되는 형국. '행정에서 내놓은 수 없이 많은 대책들이 결국은 소극적 지원 대책에 불과했다'는 그 동안의 경험을 쏟아낸다. 제주 양돈의 메카라고 하는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선제 대응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 마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이 문제를 위하여 분명하고도 확고한 극복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금악리가 숱한 악조건을 뚫고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 있다면 '포크빌리지' 사업으로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농축산물 가공체험 판매 기반을 조성하여 소시지와 분쇄가공육을 즉석판매와 제조가공을 하는 사업.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가공전문 인력을 모집하고 상품 생산 기술교육을 실시하여 6차산업 기반 구축에 성공적으로 도달하였다는 것이다. 마을 안에 풍부한 양돈자원을 발판으로 지역주민 일자리와 관광자원으로써의 파급력을 형성시킨 도전적 자세가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작년에 '6차산업 수익모델 시범사업 1년차 평가 전국 1위'와 '농촌진흥청 6차산업분야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금악이 그대로 반사되어 입술모양을 이루는 뱅디물.

가장 감동적인 것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마을공동체의 결속력이다. 양돈농가가 아닌 주민들이 사업에 참여하여 주민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 시범만 보이다가 말아버리는 행정이 아니라 전국 최고의 돈육 가공식품 생산단지로 성장시켜야 한다. 관광객들이 한 번은 들러서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돼지 가공식품을 저렴하게 구매 할 수 있도록. 송부홍(53)개발위원장은 "금악 분화구와 주변 오름들을 이어주는 다양한 관광레저 사업을 통하여 마을 경쟁력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패러글라이딩과 승마 같은 지역의 자연 여건을 활용한 관광산업 특화 전략에 승부를 걸고 싶다는 것이다.

목장과 농장들로 가득한 들판위를 날고 있는 패러글라이드.

송윤권(39) 청년회장은 젊은이들의 일자리 마련에 금악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주장이다. "축산 관련 사업들을 마을공동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액비운송, 축산물 운송, 방역, 미생물 관련 분야의 일자리가 창출 될 수 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업마인드에 책임 있는 기관에서 나서서 길을 열어준다면 금악리의 미래는 청년들을 믿고 더욱 밝아질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농가 인구 중에 농민후계자가 30명에 이른다. 전국에서 리 단위에서 농민후계자가 가장 많은 마을이다. 축산뿐만이 아니라 경작 품목도 다양하여 각 품목간의 친환경적 순환농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한 마을로 평가받고 있다. 선택적 성공모델을 충족시킬 여건이 마련된 마을이다. 집중적인 지원과 관심이 중장기 계획에 따라 움직여진다면 6차산업의 대명사로 금악리는 거듭날 것이 분명하다.

양태수(76) 노인회장이 106세가 되는 30년 뒤, 어떤 마을로 변모해 있을 것인 지 물었다. "외지에 나가 있는 손자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에 돌아와 같이 살고 있을 것이다." 너무 멀다. 10년 내에 가능해야 한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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