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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
카페 '웬드구니' 이진씨
"나눔장터 소통의 공간 소망"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입력 : 2015. 05.29. 00:00:00

서귀포시 안덕면에 카페를 운영중인 이진씨는 매주 셋째주 토요일마다 카페 앞마당에서 작은 장터를 열고 있다. 박소정기자

호주서 제주출신 남편 만나
안덕에 빵·커피 카페 열어
이주민 함께하는 나눔장터

8년 전, 경북 상주에서 살던 이진(34)씨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호주로 갔다. 호텔조리제빵과 푸드스타일링을 전공한 그는 시드니에 있는 한 제과점에 취직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남자가 제과점에 들어왔다. 빵과 커피를 만드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둘은 자연스레 사랑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3개월 뒤 비자가 만료된 이씨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둘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갔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씨는 뒤늦게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게 됐다.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기로 결심한 그는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다니는 수녀인 언니를 따라 아프리카로 향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아이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1년 만에 귀국한 이씨는 그와 재회해 다시 사랑에 빠졌고 결혼 후 남편의 고향인 제주에 정착했다.

이씨가 제주도를 택한 사연이다. 오로지 제주남자인 남편 때문이었다. 제주살이 5년차에 접어든 이씨는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조각공원 인근에서 베이커리 브런치 카페 '웬드구니'를 운영하고 있다. 그와 그의 남편은 제주에 와서도 같은 공간에서 빵과 커피를 함께 만들고 있다. 공통의 관심사를 그들의 삶에 녹아들게 했다.

이씨는 카페 이름에 대해 숨겨진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했다. "'웬드구니'는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토속언어로 '신의 선물'이라는 뜻을 갖고 있어요. 남편과 다시 이어준 아들의 아프리카 이름이기도 해요. 제 아들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남편과 아들, 이제는 다섯살된 딸까지 모두 모여 함께 하고 있어 더욱 이 공간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씨는 매주 셋째주 토요일마다 카페 앞마당에서 작은 장터를 열고 있다. '손에 손 잡장'이란 이름의 이 장터는 자신이 아끼던 물건, 한 두번은 사용했던 물건, 손 때 묻은 물건만 갖고 나올수 있는 장터다. 지역주민과 더불어 이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나눔 장터라고 그는 귀띔했다.

더욱이 그가 장터를 열게 된 데에는 또 다른 계기가 있다. 바로 짧게 나마 아프리카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생활하면서 아프리카 예술인들의 열악한 현실을 목격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어요. 조금이나마 도와주고 싶어 시작하게 됐어요." 그는 장날에 판매된 카페 수익금의 10%를 일그램 아프리카를 통해 우간다 예술인에게 후원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주는 정말 매력적인 곳인 것 같다"면서도 "제가 운영하는 공간이 지역주민과 이주민들의 소통의 공간이 됐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있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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