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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데미안' 김현정·장기주 부부
"음식으로 제주 참모습 알리고 싶어요"
조수리에 돈가스집 열고, 제주산 돼지고기로 인기
오름·바다는 삶의 '치유' 공간
이승철 기자 sclee@ihalla.com
입력 : 2015. 04.10. 00:00:00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에 둥지를 튼 장기주·김현정 부부. 이승철기자

"지금 생각해보면 한 번의 결정이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제주서 돈가스를 만드는 여자, 김현정(43)씨. 서울이 고향인 그녀는 적당한 시기가 되면 대도시에서 벗어나 자연과 시골의 한적한 삶을 꿈꿔 왔다. 평창, 영월, 충주, 수안보, 세종시 등 전국 여러 곳을 두고 남편과 고민했다는 그녀. "추운 겨울이었죠. 문득 따뜻한 제주가 생각나는 거예요. 예전에 몇 번 찾았던 터라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돼 환상의 시간을 보냈죠."

인터넷을 통해 찾아낸 곳이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 지난 2012년 3월쯤이었다. 농촌의 낡은 집을 5개월여간의 공사를 마치고 돈가스 전문점 '데미안'을 열었다. 집을 고치고, 정원을 만들 때에는 두렵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손으로 직접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탓일까. 카페와 아담한 정원 이곳저곳에는 그녀 손길이 묻지 않은 곳이 없다. 정원 귀퉁이에는 신선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만들기 위해 박하와 허브를 심어 무농약으로 재배도 한다.

낯선 환경에 대한 보살핌이 필요할 때 동네 할망(할머니)들이 조목조목 설명해줬다고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 억척스럽게 생활하신 분들이잖아요. 저도 그런 할망들을 본받고 싶고, 지금은 동네에서 손꼽히는 친구가 됐어요" 라며 웃는다.

"저에게 삶은 도시의 화려함이나 편리함이 아니었어요. 서울에 살면서도 시골생활에 대한 동경으로 귀촌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으니까요. 본능적인 끌림처럼요. 아마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시골에 있기 때문일 거예요."

돈가스와 인연을 맺은 것은 12년이 넘는다. SNS나 블로그 등에는 직접 방문한 고객들의 후기가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에게 입소문 효과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글쎄요. 두툼한 고기밖에는…. 비법은 없어요. 서울에서 만들 때와 큰 차이점은 없는데, 아마도 제주산 돼지고기 덕분인 것 같아요. 제가 먹어봐도 정말 맛있어요."

지금은 도민들도 자주 찾아와 "맛있다"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힘들 법도 한데 에너지가 넘치고 생기가 돈다. 가게 옆 공방에서 수제기타를 제작하는 남편 장기주(41)씨가 그림자처럼 묵묵히 곁을 지켜줘서일까.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친다.

"복잡하지 않고 시끄럽지 않아서 좋아요. 심리적으로 쫓기고, 현실에 치이며 살던 때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자연은 치유의 힘이 있잖아요. 오름을 오르고, 하늘과 바다를 볼 때마다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그녀의 목표는 간결하다. 제주산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제주의 참모습을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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