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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What makes you happy?
입력 : 2014. 12.05. 00:00:00

<윤석민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최근 TV에서는 故최진실 씨의 아들인 최환희군과 어릴적 동생을 사고로 잃은 가수 요조씨가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의 프로그램인 '인생수업'이 방영됐다.

누가 보더라도 이겨내기 쉽지 않은 슬프고 아픈 상처를 가진 이들이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기 위해 여행을 하며 불행을 극복한 이들을 만나는 과정을 그린 이 프로그램은 방영이후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남겼다. 사지가 없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희망의 아이콘' 닉 부이치치 외에도, 백사장 위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 안드레스 아마도르, 미국 9·11테러에서 생존한 시각장애인인 마이클 힝슨을 만나는 장면은 다시 한번 인생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정신과 진료실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아쉽게도 자신의 인생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보다 자신의 인생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주위 환경에 대한 불만, 친구들과의 관계에서의 갈등, 진로·학업문제 등으로 불안정하고 힘든 시절을 보낸다. 또 부모들은 경제·육아·부부관계의 문제, 개인적인 문제들로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이렇게 문제와 갈등에만 집중하고 남들보다 불행하다고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며 자책하고 원망하다 보면 삶은 초라해지고 이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올해는 사회 전반적으로도 우울하고 가슴아픈 일들이 참 많았다. 크고 작은 사고들로 많은 이들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고 특히 세월호 참사는 모든 국민들에게 슬픔을 안겨주었다. 실업률이 최대가 되고, 가계의 경제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우리의 삶이 점점 팍팍해지고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내다 보면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이 인생이 불행하다는 생각만으로 절망적이고 부정적인 눈으로 인생을 보게 될수 밖에 없다.

2014년 올 한 해의 달력도 한장 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한번쯤 자신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What makes you happy?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꾸준히 진료실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갈등과 오해를 풀어가며 치료를 진행해가면서 행복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이 참 보람되고 이 직업에 대해 고마워진다. 어쩌면 이 직업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도 힘든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찾는 여정에 동행해 그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모두들 쉽지 않은 인생이지만, 고단하고 힘겨운 삶이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는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소중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희망의 아이콘인 닉 부이치치가 방송에서 했던 말을 남기고 싶다.

"인생 전체를 불행하게 여길 수도 있고, 불행을 기회로 바꿀 수도 있는데 그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생 전체의 행복은 결국 나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뒤돌아보면 겪었던 일들 덕분에 당신이 강해졌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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