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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당굿
[제주당굿을가다](1)프롤로그-제주당굿, 치유의 문화유산으로
단골·심방 등 감소로 사라질 위기
보존·전승 위해 체계적 기록 시급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입력 : 2014. 07.31. 00:00:00

영등굿을 집전하고 있는 심방이 바다로 나가 신이 오기를 청하고 있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이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제주굿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본보는 지난 2013년부터 1만8000 신들이 살아 숨쉬는 현장인 마을당굿을 찾아 원형을 간직한 제주의 문화를 취재·보도하는 연재를 이어오고 있다.

제주굿이 토속신앙을 넘어 힐링의 도구로,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현장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위원장 우병동)의 지원을 받아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네팔 등을 찾아 제주굿의 보존·전승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굿판은 힐링의 현장=다섯 곡식의 씨앗을 가지고 제주도에 온 산육·농경의 여신인 벡주또 마누라신은 한라산에서 솟아난 수렵·목축의 남신인 소천국과 결혼해 여러 자손(아들 8명과 딸 28명이라는 설과 아들만 6명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을 낳았다. 그 자손들이 고루 뻗어 도내 전 지역 368개 마을의 당신이 되었다고 한다. 벡주또 마누라신이 좌정하고 있는 송당리 본향당에서는 매년 음력 1월 13일 신과세제, 2월 13일 영등굿, 7월 13일 마불림제, 10월 13일 시막곡대제를 지낸다. 마을마다 본향당제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

굿판을 찾는 이들을 단골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이 여성이다. 제주굿이 제주를 대표하는 여성문화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골들은 굿을 행하면서 가족의 무사안위, 풍농과 풍어 등을 기원하는데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미신타파 운동속에 토속신앙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마저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30대 젊은층이 굿판을 찾아 어머니와 문화를 공유하는 한편 치유의 대안공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제주굿 정확한 기록작업 필요=올해는 제주굿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시청 해양수산과가 바람의 신인 영등신(영등할망)과 해녀를 주제로 굿의 원형을 기록하는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영등할망은 '영등달'인 음력 2월 초하루에 강남천자국 또는 외눈배기섬으로 들어와 2월 보름에 소섬으로 빠져 나간다고 한다. 영등이 제주에 머무는 동안 해안가 마을에서는 영등굿을 치르는데 해녀들의 안전조업과 채취하는 해산물의 풍요를 기원한다.

잠수굿은 제주도 해안 마을에서 행해지는 무속 의례로 해녀와 같은 특정한 생업인들을 위한 전문적인 굿이다. 일반적으로 매해 음력 1~3월 사이에 열리는데 마을마다 그 시기가 조금 다르다.

본향당제, 영등굿, 잠수굿 등이 진행되는 시기에 제주 전역은 축제장으로 변한다. 남다른 제주섬의 문화를 날 것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가 단골·해녀·심방의 감소와 굿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러한 위기 속에 일부 학자들은 사비를 들여 제주굿을 기록·연구하고 있다.

제주굿이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주자치도가 전향적으로 나서서 전승·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 굿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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