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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덕의 나눔정신 아시아를 품다](상)김만덕해외봉사단 출범
폐허로 변한 필리핀 레이테섬에 희망을 심다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입력 : 2014. 03.11. 00:00:00

▲태풍에 빈민촌 지역의 주택을 덮친 화물선이 그대로 방치된 모습. 김명선기자

슈퍼태풍 하이옌 강타한 레이테섬 생지옥이나 다름없어
제주의 나눔정신 품은 봉사단 긴급복구·구호에 구슬땀

한라일보는 창간 25주년을 기념해 김만덕의 나눔정신을 아시아 저개발국가에서 실천할 '김만덕 해외봉사단(이하 만덕봉사단)'을 제주평화봉사단과 함께 조직했다. 제주에 정착한 결혼이민자의 고향을 찾아 다양한 나눔활동을 펼치게 될 만덕봉사단이 최근 첫번째 대상지역으로 슈퍼태풍 '하이옌'으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은 필리핀 레이테섬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본보는 3회에 걸쳐 만덕봉사단의 활동모습을 도민사회에 알리고자 한다.

▶필리핀 레이테섬은=필리핀의 옛 수도였던 레이테섬는 필리핀 중부 비사야 제도에 위치한 섬이다. 인구는 약 190만명이며 남북으로 180㎞, 동서로 65km로 넓은 곳에서 남북으로 길쭉하게 생긴 섬이다. 면적은 7214㎢이다.

레이테섬 주변은 스페인인들이 오기 전부터 말레이 계열의 민족, 비사야인이 살고 있었다. 16세기에 들어 많은 스페인 함대가 들어와 스페인 지배가 시작됐다. 섬 남쪽 바다에 있는 리마사와섬은 1521년에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필리핀 최초로 가톨릭 미사를 연 곳이라는 전설이 있다. 1543년에는 루이 로페스 데 비얄로보스가 사마르 섬 등을 돌아 본 후 레이테 섬에 와서 이 제도를 스페인 펠리페 왕세자(펠리페 2 세)의 이름을 따서 필리피나스 제도로 이름 지었고, 이것이 필리핀의 이름 유래가 되었다.

레이테만과 그 주변 해역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세계 해전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격전지가 된 '레이테만 전투'의 무대로 유명하다. 더글러스 맥아더가 이끄는 미군 부대는 1944년 10월 20일 레이테 만에 상륙, 여기에서 필리핀 탈환의 첫걸음으로 삼았다. 당시 일본군은 물자 보급 수송선이 도중에 침몰되어 보급 중단으로 8만명 이상의 군인이 전사와 아사로 거의 전멸한 참패를 당했다. 섬 안에는 맥아더 장군의 필리핀 상륙을 기념하는 기념물이 착륙 지점인 해안에 있으며, 일본군 병사 위령비가 곳곳에 있다.

▶섬 전체를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 태풍 '하이옌'=2013년 11월 10일 필리핀 중남부 레이테섬 동부 해안도시 타클로반은 하이옌이 동반한 시속 314㎞의 강풍과 건물 2층 높이의 폭풍해일이 몰아치면서 한 순간에 쑥대밭이 됐다.

필리핀 정부는 하이옌으로 인해 중부 레이테섬 일대에서 최소한 6200명이 사망하고 2000명에 가까운 실종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사망·실종자 가운데 상당수는 신원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당시 참사로 약 400만명의 주민들이 집을 잃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임시 대피소 신세를 지고 있다.

필리핀 정부가 최근 약 8조5900억원 규모의 초대형 복구사업에 착수했고, 유엔 등이 이재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모금 캠페인에 나서는 등 복구작업과 구호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작년 11월 하이옌의 직격탄을 맞은 중부 레이테섬 일대 주민들은 여전히 임시 대피소에 머물며 정부의 더딘 대응과 복구작업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만덕봉사단의 활동지역인 레이테섬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현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의 당선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지역이라 중앙정부 차원의 복구지원이 다른 피해지역보다 적어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하이옌으로 인해 집과 일터가 처참하게 부서진 상황에서 쌀 값마저 치솟아 빈곤층의 삶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수눌음과 조냥정신을 전파하는 만덕봉사단=만덕봉사단은 제주섬에 대기근으로 인해 많은 도민들이 굶주림에 목숨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자신의 모든 재산을 털어 쌀을 구입해 도민에게 나눠졌던 김만덕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결혼이민자의 고향에서 나눔봉사활동을 펼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제주도 섬이란 특수성 때문에 오랜세월동안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아름다운 삶의 철학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냥정신과 수눌음이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일까지 8일간 레이테섬을 찾아 지역내 공공시설의 긴급 복구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구호활동을 벌인 만덕봉사단에는 태풍 피해지역 출신 결혼이민자 3명이 봉사단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기아에 허덕이는 피해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쌀을 나눠주고, 무료급식을 실시하기도 했다.

정순일 제주자치도 여성정책과장은 "필리핀은 한국전쟁 참전국으로 현재 제주에는 베트남, 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가 있다. 이들의 나라가 태풍으로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제주자치도와 한라일보, 제주평화봉사단 등이 만덕봉사단을 조직해 결혼이민자의 고향을 직접 찾아가 숭고한 나눔활동을 벌였다"면서 "앞으로도 만덕봉사단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지방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국제원조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명선기자··마리사 카사스 이주여성(필리핀) 시민기자

[활동 수기]"이민자의 고향서 함께한 가슴뭉클한 나눔봉사"

김만덕 해외봉사단은 조선시대 제주도에 기근이 닥쳐 수백 명의 도민이 아사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전 재산을 풀어 쌀을 구입해 굶주림으로 죽어가던 도민을 살린 김만덕의 나눔 정신을 해외에다 실천할 목적으로 한라일보사와 제주평화봉사단이 함께 조직한 봉사단이다.

만덕봉사단의 첫 사업으로 지난해 11월 태풍 하이옌으로 엄청난 재해를 입은 필리핀 레이테섬에 도내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이민자 3명을 포함해 복구·구호팀 등 16명 구성했고,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1일까지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도내에서 태풍피해를 입은 결혼이민자를 조사해 보니 32명이나 됐다.

이미 이주민관련 단체에서는 필리핀출신 결혼이민자 자조모임과 함께 모금행사를 통해 구호품이 전달됐고, 제주자치도 차원에서도 복구지원금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만덕봉사단은 가장 피해가 심한 지역인 레이테섬 중에 봉사단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마리사·이화진·로살리씨의 고향인 산이시도르·알랑알랑·바밧트넝시와 가장 피해가 심한 타클로반시에서 봉사활동을 벌일 것을 확정하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이번 태풍 하이옌으로 엄청난 재해를 입은 레이테섬은 지난 1991년과 2006년에도 집중호우와 남벌로 인한 '환경참사'로 수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은 필리핀내 대형 참사 때마다 단골로 이름을 올려온 비극의 섬이다.

도민 중에는 어느 재일교포를 통해 구호품 옷과 쌀 등으로 도움을 받았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아직도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다.

이 결혼이민자들이 살았던 고향에서, 지금도 부모형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만덕해외봉사단이 제주인이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함께했다.

복구팀은 발전기를 기증해 마을과 병원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사업과 도서관 건물보수와 집수리를 위한 자재지원했고, 구호팀은 무료 쌀 배급과 급식 활동 이 외에 무료로 운영하는 시립병원에 의약품을 기증했다.

무너진 건물은 대충 쓰레기더미를 뒤져서 간신히 지붕을 잇고 살아가고 있지만 쌀 가격이 폭등하여 쌀을 살수조차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건네주는 쌀 한톨이 얼마나 고마운지 눈시울을 붉히는 할머니도 계셨다.

극심한 가뭄으로 수많은 백성들이 죽어가고 있을 때 자신의 온 재산을 털어 구제한 김만덕의 나눔정신이 해외봉사현장에서 다시한번 살아나면서 가슴이 뭉쿨하게 솟구쳐 옴을 느끼게 해준 감동의 봉사현장이었다. <강상철 제주평화봉사단장(김만덕해외봉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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