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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구상나무 금세기말 멸종"
기후변화따라 145종 특산 고산식물도 같은 운명
김찬수 박사, 하논·한남습지 꽃가루 식생사 분석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입력 : 2013. 11.21. 00:00:00

▲금세기말 한라산의 대표수종인 구상나무와 145종의 특산 고산식물의 동반멸종이 예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구상나무림(위)과 섬매발톱나무(아래).

지금과 같은 추세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금세기말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대표수종인 구상나무와 구상나무숲에 자라고 있는 145종의 특산 고산식물의 동반멸종이 예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금세기 말은 기후변화로 1만8000년 전 빙하기 이래 네 번째 대규모 멸종시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찬수 박사는 21일 서귀포칼호텔에서 '기후변화와 아열대산림의 생태'를 주제로 개최되는 국제심포지엄에 앞서 배포한 발표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라산 구상나무숲은 총 795.3 ㏊이며, 해발 1300m에서 정상(1950m)까지 분포하고 있다. 그 중 해발 1500m에서 1700m 사이에 전체의 69.6%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구상나무숲은 급격히 쇠퇴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구상나무숲에는 1㏊ 당 691~1707그루의 구상나무가 있는데 그 중 18.8%는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사한 나무의 34.8%는 온도 상승에 의한 생리적 장애, 65.2%는 강한 바람, 폭설, 폭우 등 기후 극한값의 변동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구상나무숲은 온대식물의 확장, 병해충의 확산으로 지속적으로 쇠퇴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한라산의 소나무숲은 1324 ㏊이며, 그 중 대부분이 해발 1000~1400m에 분포하고 있다. 1967년도와 2009년도의 분포상황을 비교한 결과 지역에 따라 지난 42년간 해발 30~90m 고지대로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와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면 100년 후에는 지역에 따라 280~840m 상승할 것으로 판단됐다. 결국 소나무숲이 구상나무숲을 완전히 잠식할 것으로 추정했다.

구상나무숲에는 구상나무와 같은 북방계 고산식물 또는 여기에서 파생한 특산식물 145종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박사는 "이 종들은 구상나무와 운명을 같이할 것으로 추정되며, 그 중 제주특산종 23종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예측은 과거의 식생사를 분석한 자료들을 통해서도 뒷받침됐다. 김 박사가 최근 서귀포시의 하논과 한남 습지에 묻혀 있는 꽃가루산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1만8000년 전 만빙기 이후 3차에 걸친 멸종시기가 나타났는데, 첫 번째는 1만5000년 전에 가문비나무의 멸종, 두 번째는 1만년 전 솔송나무의 멸종, 세 번째는 2000년 전 오리나무의 멸종으로 구분했다.

김 박사는 "결국 지금과 같은 추세로 기후변화가 지속 된다면 금세기 말 또는 다음 세기에는 구상나무가 멸종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지금의 구상나무숲에 자라고 있는 145종의 식물들도 동반멸종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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