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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라이브카페 운영하는 한덕호씨
"올레길에 멀티문화공간 만드는게 꿈"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입력 : 2013. 10.18. 00:00:00

▲제주에 여행 올 때마다 이 곳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현실화시킨 한덕호씨가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있다. 강경민기자

클라리넷 연주로 재능기부 등 활발
병원서 환자 위해 5개월째 음악회

15일 점심시간 제주대학교병원에 아름다운 클라리넷 선율이 흐른다. 창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환자와 보호자, 원내를 오가던 간호사와 의사들이 발길을 멈추고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긴다. 한곡 한곡 연주가 끝날 때마다 이곳 저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온다. 한 켠에선 이런 공연이 생소하기라도 한지 스마트폰에 연주자의 모습을 담느라 여념이 없다.

병원에서 음악봉사를 하고 있는 주인공은 한덕호(57)씨다. 매월 첫째, 셋째 화요일 점심시간 병원을 찾아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벌써 병원 음악회를 연지 5개월이 다돼 간다.

그는 올해 5월초 제주에 새롭게 터를 잡았다. 인천이 고향인 그가 제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친구들 때문. 친구들 몇몇이 이미 제주에 정착해 인생 2막을 열었다. 그 모습이 자극제가 됐다. "제주에 여행을 올 때마다 이 곳에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리고 친구들 중에도 몇몇은 벌써 제주를 고향삼아 살아가고 있고요. 제가 제주에 오기전까지 양평에서 라이브카페를 운영했었는데 한 친구가 제주에 좋은 가게 자리가 있다고 권유하기에 고심 끝에 아예 살려고 내려와 버렸죠."

그는 현재 표선 해비치호텔 인근에서 라이브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 사장님이기 전 그는 클라리넷과 알토색소폰을 다루며 직접 노래도 부르는 음악인이기도 하다. 라이브카페에서 직접 연주와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물론 1985년 강변가요제 금상을 수상한 혼성그룹 '어우러기'의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게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카페 영업시작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이렇게 제주대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고, 가끔씩 자신을 찾아주는 곳에서 공연도 펼치고 있다. 제주대병원에서 열고 있는 음악회는 음악인으로서 재능기부 차원의 봉사다. "암으로 투병중인 친구 병문안을 왔다가 병원에서 봉사자를 모집하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친구도 잘 부탁드린다고 할 겸 제가 환자들을 위해서 음악봉사를 하겠다고 했어요. 벌써 5개월이 돼가는데 병원에서 제 닉네임을 곁들여 '레옹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라는 배너도 만들어 주더라고요."

그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제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제가 음악을 하다 보니 제주관광과 음악을 결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색다른 문화관광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 제주관광엔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을 채워갈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닐까 하구요."

특히 그는 제주 올레길 주변에 멀티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올레길을 찾은 이들이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작은 공간이지만 음악을 감상하고 책을 읽고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꼭 만들고 싶네요."

올 겨울 우리의 레옹 아저씨는 표선지역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클라리넷 무료 강습을 할 예정이다. "이젠 저도 제주인이라고 생각해요. 지역사회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음악을 매개로 제주사회 그리고 주민들과 소통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제주를 위해 쏟는 그는 이미 제주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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