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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대흘초 어머니회 김정단·김은정·오현수씨
시골 작은학교 학부모로 만나 새로운 삷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입력 : 2013. 10.04. 00:00:00

▲제주시 중산간 마을에 위치한 시골 작은학교에서 학부모로 만나 새로운 삶을 일궈나가고 있는 김정단·김은정·오현수씨(사진 왼쪽부터). 김명선기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제주섬 좋아
학부모회 활동 통해 지역주민과 소통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섬 제주에 각기 다른 사연으로 터를 잡은 여성들이 시골 작은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만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주인공들은 제주시 조천읍의 중산간 마을에 위치한 대흘초등학교(교장 김중화)의 어머니 회장인 김정단(43)씨와 어머니회의 살림을 맡고 있는 총무 김은정(38)씨, 이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아들들 때문에 유치원의 자모회장을 맡은 오현수(36)씨다.

이 학교 6학년에 다니는 조수빈 양의 어머니이기도 한 김정단씨 가족은 소위 서울 명문 학군으로 속하는 목동지역에서 살았었다. 전국에서도 이곳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에 대한 교육열이 남다른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딸아이가 경쟁에만 내몰리는 상황이 안타까웠던 부모들은 새로운 대안교육의 장으로 제주를 선택했고, 발품을 판 끝에 결국 대흘초에 수빈양을 전학시켰다. 수빈양은 이 학교로 전학 하자마자 과학탐구 토론회에 참가해 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아이들과 잘 어울렸다.

김정단씨는 "서울에서는 아이들간의 경쟁도 심하지만 부모간에도 보이지 않은 경쟁이 심하다. 좋은 학습법이나 학원 등이 있었도 학부모간에는 감추기가 급급할 정도로 사람사는 정이 없었다"며 "무엇보다 현재 딸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데,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자신의 꿈을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어머니회 총무를 맡은 김은정씨는 3년전 남편이 제주에서 창업을 하면서 서울에서 이주했다.

4학년에 재학중인 오승현 군의 어머니인 김은정씨는 활발한 성격인 아들에게 자연과 호흡하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선물해 준 것이 3년간의 제주생활의 만족할 만한 성과라고 했다. 김은정씨는 "제주에서 나 자신의 삶을 찾은 것 같다. 이전까지는 삶의 태도와 방향이 아이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렇지만 마을주민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나만의 일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가족과 자녀의 삶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삶도 가꿔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씨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김은논술학원을 통해 서울에서 수험생들에게 가르쳤던 논술 노하우를 제주에서도 전달하고 있다.

쌍둥이인 이원준·정준(1년) 군과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지온 군 등 삼형제의 어머니인 오현수(36)씨. 이들 가족은 아버지 혼자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엄마와 아이들만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기러기 가족이다.

오씨 부부는 지난해 도시의 삶을 벗어나고파 귀농을 결심했고, 다양한 정보를 파악한 끝에 와흘리에 터를 잡았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작은학교에 보내 다른 아이들과 친구를 맺고 평생 화목하게 어울려 지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주에 정착한 것이었다.

현재 소일거리로 시작한 삼형제 민박이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에게 퍼지면서 두달간이나 예약이 밀릴 정도로 '대박'이 나면서 제주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오씨는 "서울시민 누구나가 꿈꾸는 마당이 있는 집이 생겼다. 시골마을에 살면서 작은 기쁨이 무엇인지 터득해 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이주민들이 지역주민과 동화가 잘되고 있다"며 "이는 지역마을에서 행사가 있을때마다 학교가 나서서 학부모들의 참여를 유도해 자연스럽게 원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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