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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게스트하우스 운영 함주현·최정은 부부
"제주에서의 인생 2막은 탁월한 선택"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13. 09.27. 00:00:00

▲도시생활을 접고 제주에서 인생 2막을 시작, 구좌읍 한동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함주현·최정은 부부와 딸 선율이가 올레에 서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강경민기자

바닷가 지척인 보금자리엔 마음의 여유
서귀포 사람들과 해녀의 삶 다큐 제작중

집 안에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으니 눈 앞엔 돌담 너머로 고운 바다가 펼쳐진다. 그리고 '쏴~' 하는 파도소리가 쉼없이 밀려든다. 세 살배기 여자아이는 바지런히 집 안팎을 들락거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초록색 잔디마당에서 자전거를 탄다.

경기도에 살던 함주현·최정은 부부가 늘 일에 얽매인 직장생활을 거침없이 박차고 나와 딸 선율이와 함께 몸과 마음을 내려놓은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게스트하우스 '함피디네 돌집' 풍경이다.

방송국 프로듀서(PD)로 일했던 부부가 돌집의 특징을 담아내서 붙인 '함피디네 돌집'은 집 세 채가 ㄷ자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주의 전통 가옥형태인 안거리(안채), 밖거리(바깥채)와 헛간채로 사용했던 집을 슬레이트 지붕과 돌로 된 외벽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결혼하고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틀에 얽매여 늘 쫓기듯 분주하기만 한 조직생활을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고, 그리고 아이를 따뜻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직접 키우며 새로운 인생을 펼쳐보자며 택한 곳이 제주였다.

"매물로 나온 집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은 집은 돌담길을 따라 금잔디가 곱게 깔린 좁은 올레를 지나서야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마치 두 팔을 활짝 벌려 안아주는 듯 포근한 느낌이었다"는 함씨.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한동리는 부부가 자전거 여행중에 "마을 풍경이 너무 예쁘다"며 사진을 찍었던 바로 그 곳이었다. 아무튼 제주의 동쪽 바닷가를 낀 한동리는 부부와는 궁합이 잘 맞은 마을인 셈이다.

걱정과 부러움이 섞인 주변의 시선을 뒤로 한 채 2011년 7월 갓 100일을 맞은 선율이와 함께 시작한 제주생활은 게스트하우스 주인으로, 엄마·아빠로 눈 코 뜰 새 없이 분주했다. 왠지 여유가 있을 것 같던 게스트하우스였지만 막상 직접 운영하고 보니 청소며, 식사준비며 하루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부부다.

부부의 게스트하우스에선 2011년과 2012년 재능나눔 프로젝트가 잇달아 펼쳐졌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지역주민과 어린이들을 초청해 '모드락 모드락 함께 나눔마당'을 시작으로 피아노 연주에서부터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사진전, 요가교실이 지인들의 재능나눔으로 열려 조용하기만 하던 어촌 마을에 제법 문화의 향기가 흘러났다. 이런 크고작은 행사를 통해 마을주민들과도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힐 수 있었다. 올들어선 재능나눔 행사가 뜸했지만 부부의 집은 재능나눔을 원하는 이들에겐 언제든지 활짝 열려 있단다.

함씨는 PD 경력을 살려 제주에 터잡은 후 테크노파크 멀티미디어센터에서 1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는 귀농귀촌인들로 구성된 문화공동체 '서귀포 사람들'이 찾아가는 문화복지사업으로 진행중인 '그림 그리는 해녀'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해녀들의 미술수업과 삶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중이다. 현재 80%정도 촬영을 마쳤다. 함씨는 "여전히 현역인 70~80대 고령의 해녀들을 보면 그들의 삶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활을 꾸리기 위해 수십년간 억척스레 해온 물질을 이제 그만 내려놔도 될 것 같은데 그들은 여전히 바다를 못떠나겠다고 한다"고 했다.

매사에 긍정적인 부부여서일까? 제주 생활은 얼마만큼의 불편도 있지만 그보다는 행복감이 훨씬 크다. "인생 2막을 펼칠 장소로 제주를 택한 건 120%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부. "우리가 선택한 제주에서 선율이랑 어떻게 좀 더 행복해질까만 생각"한다는 부부의 게스트하우스엔 체크인 시간에 맞춰 여행객들이 하나 둘 찾아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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