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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이문석 도립제주교향악단 편곡자
"관악제가 있는 제주, 고마운 곳이죠"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3. 08.02. 00:00:00

▲도립교향악단 편곡자를 맡으며 제주에 정착하게 된 이문석씨는 앞으로 제주4·3, 김만덕, 오름 등 제주 이야기를 담은 창작곡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강경민기자

관악제서 보고 배우며 작·편곡 작업에 활력
아들은 자원봉사 계기 음대 진학 군악장교로
4·3과 김만덕 등 제주 이야기 곡에 담고 싶어

"제주는 제게 너무 고마운 곳입니다. 제주국제관악제를 통해 보고 배우고 느끼는 게 많고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줬습니다. 제주에 살고 있어서 가능한 일일 겁니다."

제주도립제주교향악단(옛 제주시립교향악단) 편곡 담당 이문석(53)씨. 경남 진해 태생인 그는 2001년 국내 시립교향악단으로는 처음으로 제주시향에서 실시한 편곡자 선발에 참여해 제주에 정착했다.

그와 제주의 인연은 오래된 편이다. 해군군악대와 대학 시절, 부산에서 고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지금의 이상철 제주국제관악제집행위원장 등 제주 관악인들을 여럿 알게 됐다. 국제관악제 초창기에 제주 관악인들이 똘똘 뭉치던 모습은 그의 기억에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지난 2월 대통령 취임식에서 울려퍼진 팡파르 작곡자로 선정될 정도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그이지만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고교 졸업 후 몇 차례 입시에 실패하고 해군군악대를 거쳐 6년만에 대학에 들어갔다.

창원대에서 트롬본을 전공한 그는 새로운 음악 인생을 펼칠 생각으로 작·편곡에 뛰어들었다. 안정적인 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교직을 그만두고 '광야'로 나설 때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창원시향 단무장,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전속 편곡자 등을 지낸 그는 제주 생활을 시작하며 또한번 전환기를 맞는다. 유학파도 아니고 유명 음대를 졸업한 것도 아니지만 지방대 출신으로 제주에서 작·편곡 활동을 이어가며 결실을 맺게 된다.

그는 편곡을 두고 재창조 작업이라고 했다. 작곡자의 의도를 살리면서 곡의 색깔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너영나영' 등 귀에 익은 제주민요 선율은 그의 손을 통해 오케스트라나 관악곡 등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도립교향악단의 재능기부 사업으로 도내 60여개 초·중·고 교가를 오케스트라곡으로 편곡하는 일도 맡았다.

국제관악제는 그에게 자신감을 줬다. 관악콩쿠르 대상 연주곡을 오케스트라곡으로 편곡했고 이는 심사를 맡은 해외 저명 음악인들을 사로잡았다. 이를 계기로 2009년 이래 독일 베를린 인터메조출판사 등에서 14곡의 악보를 냈다. 올해로 스물네살인 둘째 아들이 트럼펫을 공부하고 육군 군악장교가 된 것도 국제관악제 덕이다. 아들은 중학교 2학년때 관악제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해군군악대 연주를 보고 음대 진학을 결심했다.

정년을 몇 해 앞두고 있다는 그는 "언제까지 제주에서 지낼지 모르지만 어디에 있든 제주가 작업 속에 담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360여개 오름을 주제로 그 수에 해당하는 마디로 구성된 곡을 쓰거나 제주4·3과 제주여인 김만덕의 생애를 담은 뮤지컬 곡을 만들고 싶은 오랜 바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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