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서규범 제주대학교병원 교수
"제주 의료의 질 향상에 밀알 역할"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입력 : 2013. 07.26. 00:00:00

▲제주대학교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제주에 정착하게 된 제주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서규범 교수가 진료실에서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강희만기자

2008년 제주대병원으로 옮기면서 제주 정착
적응하기까지 어려움 견뎌준 아내에 고마움
"육지병원 찾는 현실 안타까워… 믿어줬으면"

제주가 좋아서 혹은 제주에서 무엇인가 새로 시작하기 위해 인생 2막을 여는 '제주에 빠진' 이들이 있다. 반면에 자연스레 제주에 터를 잡게 되면서 제주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서규범(40) 교수가 그렇다. 처음부터 제주에 빠진 것이 아니라 제주에 살며 제주를 사랑하게 된 사람이다.

제주대학교병원 정형외과 병동 벽면이 제주를 담은 사진들로 가득차게 됐다. 지난해말 입원했던 한 환자가 서 교수의 친절함에 감사의 표시로 자신이 찍은 사진 수십 점을 선물로 보내왔기 때문이다. 휑한 병동 벽을 보며 무기력해질지 모를 환자들을 생각한 사진작가 환자의 따뜻한 배려이기도 했다.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환자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그의 성품 때문에 '친절의사'로 통하는 서 교수. 그는 2008년 초 전북대병원에서 제주대학교병원으로 직장을 옮기기 전까지 고향인 전주를 벗어난 적이 없다. 2002년 결혼해 아내와 신혼여행으로 제주를 찾은 것이 제주와의 인연 전부다.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내랑 저랑 꿈에도 제주에서 살리라곤 생각도 못했죠. 저는 전주에서 계속해서 살았고 아내도 익산이 고향인데, 전혀 새로운 곳으로 오기까지 고민도 걱정도 많이 했어요."

제주 정착 초기 서 교수는 주중에는 병원 근무로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했기에 주말마다 가족들과 도내 관광지를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그가 택한 '제주알기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생활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았다. 제주에 살고 있지만 왠지 외지인으로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제주생활 3년차 위기도 찾아왔다. 육아와 가사일을 도맡았던 아내가 보내야 했던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면서다. 대화를 나눌 사람이 주위에 많지 않아 오는 우울감. 한 가정이 타지에 정착하기까지 겪을 수밖에 없는 고비가 서 교수 가족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다행히 위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됐다. 자주 이사를 다녔던 서 교수 가족이 제주대 교직원 아파트로 집을 옮기면서 아내가 또래 아이들 부모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내는 자신보다 가정을 먼저 생각했죠. 저와 아이와 함께하는 것이 우선이죠. 제주생활이 힘들어 떠날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서로 뿔뿔이 흩어지면 가족이 아니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잘 견뎌준 것 같아 고마워요."

서 교수는 의사로서 도내 의료현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환자의 만족도 문제인 것 같아요. 수술이나 진료 결과가 자신의 생각이나 만족도에 맞지 않게 되면 '제주에서 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과연 서울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그럼 수긍할 것인지 의문도 들었죠. 아직도 많은 도민들이 큰 수술은 육지 큰 병원에서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제주의 의료수준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어요. 우리병원 뿐 아니라 제주에서 일하는 실력있는 의사들을 믿었으면 합니다."

서 교수도 여느 의사들처럼 제주 의료 질 향상에 밀알이 되고 있는 사람이다. 고향을 떠나 제주에서 후학 양성과 도민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도 이젠 제주도민입니다. 더는 사람들이 육지병원을 찾지 않아도 제주에서 치료받고 병이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