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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홍임정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 사서
제주에서 키워나가는 '글쟁이’의 꿈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13. 07.19. 00:00:00

▲제주에 둥지를 틀고 글쟁이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홍임정씨. 강희만기자

사서로 일하며 제주사람 삶·문화 이해
소설 습작하며 문인협회 신인상 수상도

창밖으로 금능리의 하늘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네 꼬마들이 제 집처럼 드나들고 어른들도 한숨 들이고 간다. 오가는 사람마다 책을 읽고 마음 가득 꿈을 심고 돌아가라는 곳,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이다. 그곳에 홍임정(38)씨가 있다.

제주에 정착하자마자 한 일이 도서관을 찾는 거였단다. 그만큼 홍 씨의 책 사랑은 유별나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소설을 읽고 글을 쓰는 게 더 좋았다는 그다. 제주에 오기 전까지 글쓰기를 업으로 삼던 '글쟁이'였다. 잡지사, 인터넷 신문사 등에서 인터뷰 전문기자로 일했다. 그런 그에게 작은도서관과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듯했다.

"제주에 온 뒤에 집 근처 한수풀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에서 사서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죠. 책은 마음껏 읽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2009년 남편 안민승(42) 씨와 제주에 정착한 홍 씨는 바로 그해부터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다. 양민숙 관장과 홍 씨 2명의 힘으로 꾸려나가는 그야말로 '작은 도서관'. 그는 책을 정리하고 대출해주는 것은 물론 도서관의 프로그램 진행을 돕고 있다.

책을 가까이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은 지역주민들과 살을 맞댈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지켜보며 제주사람들의 문화를 읽어 나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삶에 자연스레 스며든다고 해야 하나. 제주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일까. "여태껏 제주 생활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고 홍 씨가 말했다. 홍 씨 부부가 별 탈 없이 자리잡는 모습에, '제주 살이'를 반대하던 그의 시어머니도 지난 3월 제주에 내려와 함께 살고 있다.

꿈차롱작은도서관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듯 홍 씨는 제주 품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주하기 전부터 소설 습작을 해왔다는 그는 글쓰기에 집중하며 작가의 길에 한걸음 다가선다. 재작년엔 그 결실을 보기도 했다. '가을산행'이라는 소설로 제주문인협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제주를 만난 지 5년, 이제 그의 글에는 제주섬의 향기가 묻어난다. 이야기 곳곳에 제주가 배경으로 등장하고, 거센 바람과 바다가 건네는 말이 감정의 곡선을 이룬다. 그가 담아낼 제주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제주의 자연은 인격적으로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요. 항상 저에게 뭔가 말을 건네는 것 같아요. 자연을 통해 감정을 느끼니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되죠. 아직 제주를 주제로 글을 쓸 만큼 제주도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좋은 주제가 생긴다면 꼭 제주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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