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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제주에 둥지 튼 영국인 짐 선더스
"제주, 그리고 섬의 여인과 사랑에 빠졌죠"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13. 07.05. 00:00:00

▲짐 선더스가 제주에 사는 외국인들을 위해 만들었던 영어정보지 'Jeju Life' 단행본을 들어보이고 있다 . 강희만기자 photo@ihalla.com

주말마다 제주 속살 곳곳 누비고 다녀
영어소식지 '제주라이프' 발간 열정도
사투리까지 배우면서 제주생활에 매료

영국이 고향인 짐 선더스(30). 한국에 대한 정보라곤 어린시절 할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했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정도고, 그마저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 그가 2007년부터 영어강사로 2년쯤 생활했던 화산섬 제주의 매력에 끌려 제주를 떠난지 1년여만인 2010년 다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곁에는 처음 제주생활을 시작할 무렵부터 사랑을 키워온 성산포 출신의 부인 장선옥씨가 있다.

울산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는동안 입소문으로만 들었던 제주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마주한 푸른 바다와 돌담, 오름 등 모든 게 육지와는 다른 독특한 풍경들이었다. 삼양에서 영어학원강사로 근무하면서 주말마다 제주의 속살을 만나러 다녔다.

사라봉과 별도봉에서 시작된 오름 탐방은 시간이 날 적마다 그를 오름으로 이끌었다. 일일이 지도에 표시하며 찾은 오름이 100곳은 족히 넘는다. "정상에서 아름다운 제주를 한 눈에 품을 수 있고, 오름마다 간직한 사연과 역사를 만나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제주생활 초반엔 영어로 얻을 수 있는 제주정보가 극히 적어 어려움이 많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 버스를 타고, 은행을 다니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삼양에서 서귀포시를 가는데, 5·16노선을 몰라 몇번이나 제주공항까지 가서 리무진버스를 이용하곤 했다. 그래서 제주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제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자는 생각에 몇몇 외국인 친구들과 '제주 라이프(Jeju Life)'라는 영문소식지를 2007년 9월부터 펴내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에게 유용한 생활정보를 위주로 주말마다 오름, 우도, 박물관, 축제정보 등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매달 10쪽정도의 분량으로 펴냈다. 제주시에서 2008년부터 인쇄비를 지원받기 전까지는 자비를 들여 소식지를 펴낼 정도로 그는 열정을 쏟았다. 제주 라이프는 그가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기 위해 캐나다로 떠나게 되면서 2008년 12월호가 마지막호가 됐다.

제주시는 제주 라이프를 120여쪽의 단행본으로 엮어 2009년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 내·외신 기자들에게 제공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제주올레도 차례대로 모두 걸었다. "특히 알뜨르비행장과 제주4·3 유적지, 송악산, 진지동굴 등 제주역사의 현장을 통과하는 코스와 한경면 신평~대정읍 무릉곶자왈 코스가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고 했다. 영국에서 부모님이 처음 제주를 찾았을 때도 올레를 걸었고, 오는 9월 또 제주를 방문할 부모님과도 올레를 걸으며 제주의 참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2011년 결혼한 그는 영어학원 강사로 함께 활동했던 부인과 함께 제주시 도남동에서 공부방 'J&J 잉글리쉬 룸'을 꾸려가고 있다. 일요일마다 조기축구회에 나가 축구경기를 뛰고 뜨거운 해장국 한 그릇을 삽시간에 비워낸다. 집에서도 매일 밥과 된장국, 김치를 먹고, 커피도 달달한 '잔칫집 커피'가 입맛에 딱이라는 그다.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는 그는 부인의 도움없이도 곧잘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차츰차츰 제주생활에 젖어가고 있다.

요즘은 더 많은 제주친구를 사귀면서 제주생활에 더 녹아들기 위해 한국어 공부에 열심이다. 신문도 꼼꼼하게 챙겨본다. 일주일에 한 번씩 과외수업도 받는데 '을'과 '를' 등 조사가 가장 어렵단다. 얼마전 제주방언 '반갑수다예, 감수다, 가십써, 계십써'도 배웠다는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현관을 나서는 기자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가십써"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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