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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명상하는 세 여자
"선흘리에서 생태공동체 꿈꿔요"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3. 05.17. 00:00:00

▲유능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던 도시를 떠나 제주 선흘리에서 생태공동체 만들기를 꿈꾸고 있는 이영아·윤혜진·이미연씨(왼쪽부터). 강희만기자

명상학교서 만나 생태적 삶 그리며 제주행
수눌음 모델로 물질 소박해도 마음 넉넉히

그들은 '한때 도시녀'였다. 그곳에서 학교를 다녔고 일을 했다. 지금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사무소 옆 파란지붕 집에 산다. 드문드문 버스가 오가고 손볼 곳이 많은 빈 집을 빌려살고 있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몇번이고 큰 웃음소리가 터졌다. 익숙한 걸 버리고 떠나왔는데도 그들의 얼굴엔 편안함이 느껴졌다.

제주선문화진흥원 교육센터장을 맡은 이미연(42)·교육사업팀장 이영아(44)·홍보팀장 윤혜진(35)씨. 이미연씨는 교육 전문회사에 근무했었고 이영아씨는 서울시향 바순 연주자로 활동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석사과정을 마친 윤혜진씨는 프로그래머였다.

또다른 '가족'인 이들은 명상학교인 '수선재'에서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7월 제주선문화진흥원에서 준비한 세계자연보전총회(WCC) 환경축제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행사장인 선흘리에 정착해 한집에 살고 있다.

"이 마을에 살면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닫혀있었구나 느꼈다. 마을 사람들은 우리를 식구 대하듯 깊이 걱정하고 챙겨준다. 도시인들은 뿌리없이, 정처없이 떠다니다보니 불안한게 아닐까."

'막내' 윤혜진씨의 말이다. '명상하는 세 여자'는 그간 꿈꿔온 '생태공동체'나 '대안적 삶'을 선흘리에서 실천하려는 뜻을 품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선흘리에는 대대로 이어온 유산을 훼손시키지 않고 마을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고 작은 학교가 남아있고 음식과 정을 나누는 마음이 있다고. '아무런 조건없이 이웃의 일을 내 일처럼 돕고 나누는 전통 품앗이 문화'인 '수눌음'이 생태공동체의 모델이라는 이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선흘리에서 그같은 수눌음의 얼굴을 봤다.

"자연을 느끼려면 숲에 가야 한다고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텃밭을 가꾸고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쓰는 등 일상에도 자연이 있다. 선흘리를 찾는 아이들이 그런 생태적 삶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미연 센터장은 앞으로 세 명이 거주하는 터전을 이같은 대안적 삶을 홍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 당장 삶의 방식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공감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해서다.

이들이 참여한 제주선문화진흥원은 학교 프로그램, 지역사회 연계 체험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마을에서 기획한 선흘곶축제를 지원했다.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얻는 수입이 변변치 않지만 도시를 떠나 제주 중산간에 살기로 결심하면서 예상했던 거라 크게 어려움이 없다. 이영아씨는 "안정적인 생활과 맞바꿀 만큼 내 삶의 지향점이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좋다"고 했다.

명상을 통해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도닥인 것만이 아니라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돌보고 싶어졌고 자연과 더 가까워졌다는 이들은 그런 경험을 나누기 위해 '일요아침명상'을 시작한다. 이달 19일과 26일엔 무료로 진행된다. '물질은 소박하지만 마음은 넉넉하게' 살아가려는 그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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