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설
[사설]식용犬 사료로 둔갑한 폐사돼지
입력 : 2013. 05.06. 00:00:00
옛부터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치면 천벌(天罰)을 받는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척결해야 할 '4대 사회악(社會惡)' 중 하나로 불량식품 근절과 식문화 개선을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3일 본보 사회면에 보도된 '폐사돼지, 식용견(犬) 사료용으로 둔갑' 기사는 실로 충격적이다.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라 2년여에 걸쳐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가축 질병관리의 허점을 드러냄은 물론 과연 관련부서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최근 자신의 농장에서 폐사(斃死)한 돼지 3000여두를 관할 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외부로 무단 반출한 양돈업자 A씨를 입건했다. 현행 가축전염예방법 및 폐기물관리법에는 양돈장에서 폐사돼지가 발생하면 우선 관할청에 신고한 뒤 지정된 폐기물처리시설에서 재활용 또는 폐기 처분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A씨는 신고는 커녕 2011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폐사돼지를 개 사육업자에게 넘기는 수법으로 처리했다.

경찰은 또 폐사한 돼지 전량을 무상으로 반입해 개에게 먹여 사육(飼育)하고 판매한 B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다. B씨는 폐사돼지를 A씨에게서 넘겨 받은 뒤 개사육농장에서 뼈와 내장 등을 분리해 개에게 먹인 후 이를 경기·경남지역 및 도내 식당(현재 확인된 곳은 1개업소)에 판매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폐사돼지 조직샘플을 전문기관에 감정의뢰한 결과 사인(死因)은 살모넬라균과 대장균 등 세균성 감염으로 확인됐다. 결국 병들어 죽은 돼지를 개가 먹고 그 개고기를 사람이 먹은 꼴이다. 일말의 양심이나 최소한의 상도의(商道義)가 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이같은 행태가 이번에 적발된 곳 이외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문제는 폐사돼지를 비위생적으로 가공해 사료로 먹인 개를 식용으로 유통시킨다 하더라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축산법에는 개가 가축으로 되어 있지만 축산물 유통 등을 규정한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빠져 있다. 차제에 관련당국은 어정쩡한 법과 제도를 현실에 맞게 고치는데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