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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성낙수 제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불모지 제주서 야구 활성화 안간힘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입력 : 2013. 05.03. 00:00:00

▲성낙수 제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강경민기자

삼성라이온스 원년 멤버로 활약
고교시절엔 최우수 투수로 명성

제주에도 고교 야구팀이 있다? 없다? 도민들에게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것일까.

'제주 고교야구의 아버지'라 불리며 적잖은 선수를 프로무대로 보낸 프로야구 원년멤버가 있다. 성낙수(56) 제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성 감독은 야구 불모지나 다름없는 제주에서 야구 활성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성 감독은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라이온스 유니폼을 입은 프로야구 원년 멤버다. 경북고교 시절 에이스로 1975년 대통령배 준우승과 청룡기, 봉황대기 2관왕을 이끌며 대회 최우수 투수상을 받기도 했다. 삼성 라이온스 원년 시절에도 호성적을 거둔 그는 1986년 빙그레 이글스로 이적한 뒤 그 해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영남대 코치와 대구 성광중학교 감독을 역임했다.

성 감독이 제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5년. 제주야구 활성화를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제주야구협회의 러브콜을 받고, 고민끝에 제주고 감독을 맡으면서 제주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지난 1일 제주고 운동장에서 만난 성 감독은 제주에서 인생 2막을 연 다른 인사와 달리 제주야구의 현실을 일갈하며 오로지 야구 활성화 이야기 뿐이었다. "지금 제주도에 고교 야구팀은 단 한 곳뿐인데, 선수층이 20명 정도로 아주 얇습니다. 연습게임도 하기 힘들죠. 경험을 많이 해야 실력이 느는데, 제반 조건이 열악한 상황입니다."

그는 제주야구 활성화의 걸림돌로 도민들의 관심과 지원부족을 꼬집었다. "제주에선 경쟁팀이 없어 연습게임이라도 하려고 육지로 가게되면 비행기로 왔다갔다 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가 뒤따르죠. 특히 제주에선 야구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큰 것 같아요. 야구는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만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분들도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도 제주 고교야구의 수준은 전국과 견줄 만큼 높아졌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성 감독,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다. "선수들과 야구인들의 노력으로 제주고교야구의 수준도 예전과 달리 많이 좋아졌습니다. 대단한 일이죠."

그는 제주야구 활성화를 위해선 도민들의 관심과 함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감독직을 언제까지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나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 계속 있을 겁니다. 제주에 정착해서 제주에 큰 애정이 있는 만큼 제주야구 활성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생각입니다."

한편 제주고는 2013년 주말리그 전반기 동일권(경상권 A)에서 부산고와 개성고 등 명문고를 제압하며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5위에서 괄목성장한 것이다. 제주고는 오는 11일부터 열리는 제67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또다시 돌풍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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