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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규칼럼
[강문규 칼럼]제주가 세계환경수도로 가는 길
입력 : 2011. 11.29. 00:00:00
최근 YTN사이언스 채널에서 방영하는 '베스트 지식포럼/ 한국의 과학문화' 프로그램을 청취했는데 서울대 신동원교수의 '동의보감'을 들으며 선조들이 남긴 귀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새삼 깨달았다. 동의보감은 2007년 의학서로는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되었다. 동의보감의 가치는 일찍이 중국의 최고 전문가들이 "조선은 비록 벽지에 있지만 천하의 보물은 숨겨질 수 없다"고 찬탄한데서도 나타난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제주는 궁벽한 섬에 불과했다. 1세기 전에는 '절해의 고도', '유배의 땅'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러했던 제주가 지금은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의 3관왕이 되고, 인류가 영원히 간직해야 할 보물목록에 이름을 올렸으니 참으로 영예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년에는 제주에서 세계자연보전총회(WCC)까지 열려 제주의 가치를 세계인들에게 선보일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되었으니 더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제주가 WCC 총회 개최지로 확정되었을 때 제주도정은 제주를 '세계 환경 수도(首都)'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쉽지는 않겠지만 지향점은 매우 바람직하다. '세계환경수도'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세계 환경 수도로서의 표준이 된다는 말이다. 제주가 미래 환경을 위한 메시지를 전하는 발신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조심스럽게 '천(天)·지(地)·인(人)이 조화로운 도시'를 세계환경수도의 방향이자 지표로 제시하고자 한다. 하늘은 우주이면서 기상과 기후를 의미한다. 땅과 사람은 지구이면서 그 터전에서 살고 있는 인류를 의미한다. 예부터 우리는 천·지·인과의 소통과 조화를 추구해 왔다. 제주에도 그런 문화유적이 남아 있다. 탐라왕성(王城)인 지금의 원도심에는 북두칠성을 본 떠 만든 칠성대가, 한라산 정상 남서쪽 '선작지왓' 일대에도 칠성대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문헌자료가 남아 있다. 그렇다면 하늘에는 북극성과 북두칠성, 땅에는 한라산 정상을 북극성으로 설정한 칠성대, 사람이 사는 왕성(王城)에는 삼성혈을 북극성으로 인식해 쌓은 칠성대가 있는 셈이다.

이처럼 탐라인들은 사람과 땅과 하늘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함을 선언적으로 일깨워 왔다. 제주가 세계 환경 수도로 거듭 나고자 한다면 칠성대유산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두칠성 관련 문화는 세계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문화인 동시에 제주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는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을 획득한 지역으로서 이를 소중히 가꾸며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 상징으로서 생태·지질자원인 해안·동굴·곶자왈·섬·중산간·오름·폭포 등의 일곱 개 자원을 북두칠성 형태로 잇는 탑을 쌓고 표석을 세우는 것은 어떨까. 북두칠성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동·남·서·북으로 옮긴다. 제주는 긴 타원형의 섬이어서 네 군데에 칠성대를 쌓는다면 지역별로 새로운 자원이 될 것이다.

칠성대를 쌓는 일은 공감대만 있으면 큰 예산 없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모든 마을 마다 돌 하나씩 들고 탑 쌓기에 참여함으로써 모든 마을이 함께 쌓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로 인한 자연훼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자연보전총회에 참가하는 180여개 나라에도 칠성대 쌓기 취지와 의미를 밝히고 돌 하나씩을 보내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제주 WCC총회를 인류에게 새롭고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축제로서 만들며, 또한 제주를 세계환경수도로 거듭나게 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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