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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규칼럼
[강문규 칼럼]'오래된 미래'가 일깨우는 화두
입력 : 2011. 11.15. 00:00:00
지난 토요일(12일) 새벽 제주가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의 3관왕 달성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의 하나로 그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단 세계적으로 제주를 알릴 브랜드를 갖게 되었으니 함께 기뻐할 일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으로 천문학적 기대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 사례로 2007년 '세계 신(新) 7대 불가사의(不可思議)'에 선정된 페루 마추피추는 관광객이 70%, 요르단 고대도시 페트라는 62%, 멕시코 마야유적은 75% 증가했음을 들고 있다. 제주 역시 연간 외국인은 최대 73.6%(57만1872명), 내국인은 8.5%(57만8111명)가 증가하는 등 매년 6300억~1조3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었다는 발표를 들으며 문득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오래된 미래'가 떠올랐다. 20년 전 발간된 뒤 세계 50여개 언어로 번역된 이 책은 '작은 티베트'라는 히말라야 고원의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라다크'마을에 관한 일종의 인류학적 보고서다. 생태·문화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고전처럼 인용되고 있다. 그 마을은 빈약한 자원과 혹심한 기후에도 불구하고 검소한 생활과 협동, 그리고 무엇보다 생태적 지혜를 통해 천년 넘게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75년 외국관광객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라다크'의 전통문화는 외국관광객들이 가져온 서구문화와 가치관들에 의해 철저히 붕괴되는 과정을 밟았다.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사회적·생태적으로 건전한 생활방식을 발전시켜 온 온갖 다양한 토착적(土着的) 지혜와 기술, 가족공동체는 무너졌고, 서로간의 경쟁만이 가속화 되었다.

'라다크' 마을의 이야기가 강 건너의 사례만은 아니다. 제주사회 역시 지난 40여년간 그런 과정을 밟아 왔다. 그동안 일구어 놓은 각 분야의 성과와 발전을 폄훼하고자 함은 아니다. 개발을 통해 제주사회는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섬에서 탈피했고, 도민들의 삶의 질도 한 세대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잃은 것도 적지 않다. 그것이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있지만 그런 현상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반성, 그것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깨달음이 없다면 그 그늘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현상이 그러하듯이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역시 우리에게 기회와 좌절의 양면성으로 다가오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당연히 이를 제주의 발전과 성숙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근시안적 시각으로 개발의 압력에 밀려 난개발을 초래한다면 그것은 이 시대가 낳은 또 다른 악몽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떠해야 할까. 먼저 유네스코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한 섬으로서, 또한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보물섬에 걸맞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먼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빼어난 자연환경에서 살고 있는 주인답게 자연생태환경을 오롯이 지키면서 격조 높은 삶의 양식과 수준 높은 정신문화, 그리고 아름다운 도시면모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도민들이 역사와 문화속에 배어있는 오래된 가치들을 발굴·보전하면서 끈끈한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행정당국이 놓쳐서는 안 될 세계7대 경관 선정의 참 의미가 그것이다. 눈 앞의 이익과 가시적 개발에 급급한다면 세계자연경관으로 인한 기대효과는 머지 않아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모른다. 그게 '오래된 미래'가 우리를 일깨우는 화두다.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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