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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옥의 식물이야기
[문명옥의 식물이야기](30)제주 양치식물과 식물학자 '나카이'
입력 : 2011. 08.20. 00:00:00

▲사진은 긴다람쥐꼬리. 동경대표본관에 소장된 긴다람쥐꼬리 표본은 1913년 5월 10일, 한라산에서 채집됐다. 제주를 처음 방문한 식물학자 나카이는 다음날 한라산을 등반했고, 신종을 채집했던 것이다.

제주 양치식물 연구 '제주양치식물목록' 저자
144종 분포 밝혀… 긴다람쥐꼬리 처음 기록

1914년 동경식물학연구지에 '제주양치식물목록'이란 연구 논문이 발표되었다. 저자는 다름 아닌 한반도의 근대적인 식물 연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나카이(中井猛之進, Nakai, Takenoshin)였다.

나카이는 수많은 연구 논문을 남긴 학자다. 특히 한국의 각처를 직접 탐사하고, 식물을 채집하여 제주도 및 완도, 지리산, 백두산, 금강산, 울릉도 등 다수의 식물상 목록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제주양치식물목록'처럼 특정식물군의 목록을 따로 발표한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1911년에 나카이는 이미 한국식물상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양치식물이 134종류(제주 104종류)가 분포하는 것으로 밝혔다. 그런데 왜 나카이는 제주양치식물만을 따로 기록하고자 했을까?

나카이는 서른 한 살이 되던 1913년 5월9일, 제주에 첫 발을 딛게 된다. 그 후 6월19일까지 한라산을 비롯해 동서남북을 막론하고 각 지역에서 양치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식물들을 채집하였다. 또한 일정 중에 열흘간은 타케(Taquet) 신부가 채집해 놓은 표본도 연구하였다. 아마도 이 시점에 제주양치식물상이 매우 독특하고 다양하여 이러한 점에 학구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나카이가 연구 발표한 '제주양치식물목록'은 제주 양치식물상의 근간이 되는 문헌이다. 이 연구에서는 제주에서 채집된 총 618점의 표본이 사용되어 총 144종류의 양치식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밝혔고, 신종(新種)도 6종이 발표되었다. 특산식물로 알려진 긴다람쥐꼬리도 이 논문에 서 처음 기록된 것이다. 이때 채집된 표본들은 대부분 동경대 표본관에 소장되어 있다.

동경대표본관에서 만난 제주양치식물은 반가움과 서글픔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나카이의 미려한 글씨로 보는 식물명과 익숙한 지명들. 한라산, 영실, 홍로, 중문, 예촌, 위미, 한동….

물론 나카이는 일제의 관료로서 제주도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산림자원수탈을 위한 핵심조사원의 역할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식물학자로서의 순수한 열정으로 이뤄낸 업적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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