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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25시
[편집국 25시]이중섭거리에서 문화를 묻다
백금탁 기자
입력 : 2011. 04.21. 00:00:00
이중섭 화백이 서귀포로 이주한지 꼭 60년째다. 사람 나이로 치자면 환갑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서귀포시가 지난 13년간 이중섭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열던 이중섭예술제를 사실상 폐지, 대중문화예술제로 귀속시키고 말았다. 게다가 97억 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 미술관 건립과 도로와 간판 등을 정비, 이중섭문화의거리를 조성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6억 원을 들여 만든 가로등 조형물도 제기능을 하지 못하며 수천만원을 재투입해 조정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시의 문화 마인드가 의심스럽다. 돈을 투자해 시설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주변 상가도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급급하다. 불법주정차가 난무하고 쓰레기 불법투기와 시설물 파괴 등 시민의식도 개선돼야 한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시를 찾은 적이 있다. 우연찮게 동북부 다산쯔(大山子)의 798예술구에 들렀다. 밤 10시가 넘어섰지만 지금도 그때의 모습이 생생하다. 문화적 충격이었다.

798예술구는 폐쇄된 거대한 군수공장지대로 예술가들이 모여 수백개의 화랑을 만들고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젊은 연인들도 삼삼오오 다니면서 문화적 풍요를 누린다. 창작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을 공유하는 풍요로움이 부럽다. 술과 차를 파는 카페 등도 갤러리 그 자체다. 예술가의 작품과 뚫린 벽, 거대한 기계가 공존한다. 자연스러운 인공미가 돋보인다.

이중섭 거리의 매력은 크다. 지극히 개인적 입장일 수도 있지만 행정에서 차량을 전면통제하고 진정한 문화의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도로 한복판에서 예술가의 창작모습을 볼 수 있고 비보이들이 춤을 추고 각종 공연과 퍼포먼스가 끊이지 않는 곳. 이중섭거리는 밤새워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차량을 통제하면 시민 불편과 상가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300m 구간을 통제한다고 해서 큰 불편을 발생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이다보면 상권은 살아나기 마련이다. 서울 인사동거리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연상하더라도 문화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면 서귀포 도심의 야간 관광지로써 손색이 없다. 자본에 의한 문화충족은 기대하기 어렵다.

문화의 힘은 보이지 않지만 그 위력은 크다. 시가 추구하는 인구 유입, 야간관광지 활성화, 침체된 경제 부흥 등은 사고의 변화에서 시작됨을 명심해야 한다. 예술가와 도민, 관광객의 문화적 의중을 헤아리는 것이 문화행정의 책무가 아닌가 싶다.

<백금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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