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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칼럼]케이블카는 비양도에서 한라산으로 이어진다
입력 : 2010. 03.22. 00:00:00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했고, 이번 주에 예정된 도의회 동의를 거치면 사업은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드디어 제주도에도 관광 케이블카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양도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제주도 곳곳에서 케이블카 유치를 위해 민원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에는 한라산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으로 결말이 날 것이다.

도지사는 이런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 위하여 지난 40년간 논란이 돼왔던 한라산 케이블카를 다시 수면위로 등장시킨 것이다. 지난달 말 한라산케이블카 테스크포스팀은 이 사업에 대하여 부정적 의견을 내 놓은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지사는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결국 한라산 케이블카는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한 후에 다시 논의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작년 여름 비양도에서는 비양봉 오름의 산책로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비양봉 정상으로 향하는 기존의 산책로 입구를 다른 곳으로 변동시켜 설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의아했던 의문은 금방 풀렸다. 다른 곳으로 옮겨진 산책로 입구는 바로 케이블카 종착역으로 예정된 지점이었다. 케이블카 사업의 승인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미 행정당국에서는 도민의 혈세인 세금으로 사업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 승인이 도지사의 고유권한이기는 하지만 사업 승인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이런 식의 앞서 나가는 행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개발을 위해서라면 절대보전지구와 절대보전연안도 쉽게 풀어주는 불법적 행위를 스스로 자행하는 제주도 행정을 우리가 더 이상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

2007년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전 인류를 위하여 보존 가치가 있는 제주의 세계자연유산은 바로 '화산'이라는 자원이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사업은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약이다.

비양도는 탄생 천년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살아있는 화산의 섬이다. 세계적인 유산인 비양도의 화산 자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꼭 케이블카가 필요한 것인가. 세계유산을 보호하는 것과 관광 활성화를 위하여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상반되는 개념이다.

한라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시켜 놓고 그 곳에 케이블카를 건설하려는 것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하기야 예전에는 도지사가 나서서 한라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케이블카가 필요하다고 강변하지 않았던가.

요즘 도지사 선거로 한창 시끌시끌하다. 어떤 도지사를 뽑아야 할 것인가. 환경에 대하여 무지하고, 환경이 돈이 되는 것을 모르는 도지사는 더 이상 필요없다. 적어도 철저히 보존해야할 비양도와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놓아 세계적인 자원을 파괴하면서까지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는 도지사를 선택해서는 안된다.

현재 도지사는 비양도와 한라산 케이블카 사업을 얼마남지 않은 임기내에 접어야 한다. 비양도에서 한라산으로 이어질 케이블카 사업은 지울 수 없는 누로 남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비양도 케이블카를 주시하는 이유는, 오늘 내린 결정이 내일이 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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