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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봄을 부르는 절기(節氣)와 지구온난화
입력 : 2010. 02.23. 00:00:00
본격적으로 봄을 알리는 절기인 우수(雨水·2월19일)엔 눈이 비가 되고 얼음은 물이 되며, 경칩(驚蟄·3월6일)엔 겨우내 동면하던 동물이 깨어나 생명이 약동하는 때이므로,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봄농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절기의 특성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우리 기상청 조사 결과 우수의 평균기온이 과거 30년(1919~1948년)간 0.5℃에서 최근 10년(1999~2008년)간 3.8℃로 무려 3.3℃나 올랐으며 경칩 또한 2.8℃에서 4.0℃로 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창한 봄 날씨가 펼쳐져 봄 농사를 시작한다는 청명(淸明·4월 5일) 역시 평균기온이 과거 8.6℃에서 최근 11.2℃로 올랐으며 촉촉한 봄비가 내려 온갖 곡식이 윤택해진다는 절기인 곡우(穀雨·4월20일)는 과거에 비해 비가 내리지 않는 해가 늘어나는 반면 오히려 강수량은 2.3~9.3mm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봄가뭄과 폭우가 오락가락하는 변덕스런 봄 날씨를 대표하는 절기가 되어버렸다.

세시풍속의 변화를 불러올 정도로 절기가 이처럼 안맞는 것은 여러 기상학자들의 의견으로 볼 때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기온이 상승해 봄은 빨리 오고, 겨울은 늦어진 탓이다. 한반도의 최근 100년 간 기온 상승률은 전 세계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1.5℃ 올랐고, 특히 제주도는 1.6℃로 한반도 평균보다 더 높은 기온상승을 보였으며 해수면 상승속도도 제주도가 부산과 동해지역의 두 배인 연평균 0.5cm씩 해수면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국립해양원, 2007)

제주를 상징하는 농산물이던 감귤은 이제는 남해안과 심지어는 동해안 일부 지방으로, 전복도 대부분 전남 완도나 경남 남해 등으로 주산지가 변하고 있다. 주변 해역에서는 겨울철 어종 대신 아열대성 어종이 집단적으로 출현하고 한라산을 대표하던 구상나무숲이 지난 20~30년간 30%가 사라지는 등 제주도 동·식물의 식생이 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이제 의식주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기후변화가 우려가 아닌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직장과 가정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높은 전기제품의 사용과 화석연료 대신 태양열을 이용한 건축물,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대중교통과 승용차 요일제에 적극 참여하는 등 조금은 부족하고 불편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 자긍심'을 생활 속에 도입하는 지혜와 실천이 필요할 때이다.

<김기락 제주지방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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